공식 사과 하는 과정이 더욱 공분 사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콜롬비아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룹 BTS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 등을 한 뒤 논란이 일자 욱일기를 입고 조롱, 엉터리 사과를 해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고 19일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콜롬비아 BTS 팬클럽 소셜미디어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문제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지난 9일 라메가 채널의 '엘 마냐네로'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진행자인 알레한드로 비야로보스는 신청곡으로 들어온 BTS의 노래 '퍼미션 투 댄스'를 틀면서 BTS를 향해 '그 중국인'들이라 폄하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이 엄청 돈을 쏟아부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돈으로 차트 최상위에 오르고 돈으로 그래미 시상식에 갔지만, 돈 써서 중요한 행사들에 나간 뒤 아무 상도 타지 못했다"며 조롱했다.
BTS의 노래를 신청한 것도 한국 대사관일 것이라는 말을 했다.
DJ의 인종차별과 근거 없는 비하 발언이 알려지자 콜롬비아의 BTS 팬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팬들은 성명을 내고 방송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그들이 한 '사과'가 더욱 화를 불렀다.
지난 13일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는 "우리가 꼭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표현이 조금 거셌다면 그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면서 한국어로 '공식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갑자기 애국가가 흘러나왔고 번역기를 돌린 듯한 기계음의 한국어로 중남미 음식 엠파나다, 타말과 관련, 의미 없는 문장을 읽었다.
게다가 팬들이 올린 영상에서 지난 13일 방송 당시 한 진행자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드레곤볼' 가발을 쓰고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논란은 더욱 거세져 콜롬비아 안팎의 BTS 팬들을 중심으로 라메가 채널과 DJ 비야로보스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고 있다.
일부 콜롬비아인들은 트위터 등에서 한국어로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일간지 엘티엠포는 이 논란을 소개하면서 "BTS의 성공은 멤버 각자의 노력과 회사의 노력, 팬들의 사랑 떼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BTS가 돈의 힘으로 성공했다는 문제의 발언을 비꼬았다.
엘티엠포는 지난 4월 콜롬비아 대규모 시위 때 BTS 등 K팝 팬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던 점 등을 상기시키는 말도 꺼냈다.
당시 콜롬비아의 K팝 팬들은 경찰의 시위대 과잉진압을 옹호하는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차단키 위해 트위터 등에서 경찰을 지지하는 해시태그를 K팝 스타들의 사진으로 도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