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등산 후 막걸리 한 잔의 청량감, 그 원천인 양조장을 찾다
[여행] 등산 후 막걸리 한 잔의 청량감, 그 원천인 양조장을 찾다
  • 전기복 기자
  • 승인 2023.09.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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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지리산 초입의 '마천양조장'을 찾아서
마천양조장 전경(사진=전기복 기자)
마천양조장 전경(사진=전기복 기자)

(경남=내외방송)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그럼 좋은 경치를 구경한 후 하산길에 삼삼오오 나누는 정담에 빠질 수 없는 그 무엇을 이르러 식후경 경후주(酒)랄까. 지난 금요일 서울에서 약4시간 30분을 달려 너른 품과 풍광을 자랑하는 지리산을 구경하고, 아예 막걸리의 원천인 양조장을 찾았다. 함양 지리산 어귀에 있는 ‘마천양조장’이다.

마천양조장은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당흥길4에 소재한다. 지리산 둘레길 3구간〜4구간이 만나는 금계마을에서 대략 1Km 떨어진 당흥마을에 위치하는데 이곳이 마천면사무소 소재지이기도 하다. 양조장에서 조그만 걸어가면 바로 위가 지리산 줄기 중에서도 천왕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코스의 출발점 중 한 곳이라 지리산을 찾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포인트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했다.

(사진=전기복 기자)
마천양조장 입구(사진=전기복 기자)

도로의 끝이자 정면의 마천면사무소에 이르기 전 우측에 도로를 연해서 지리산 녹음을 옮겨 놓은 듯한 짙은 녹색 대문이 인상적인 집이 그곳이다. ‘연중무휴로 운영된다’고 하니 활짝 열린 대문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대문 정면에는 한자로 표기된 ‘마천양조장’이라는 목재현판이 걸려있고 오른편 문을 여니 소파 몇 개 놓인 사무실이었다. ‘서울에서 막걸리 맛보러 왔습니다.’라고 하자 자주 듣는 이야기라는 듯 별 거부감없이 응대해 주었는데 그이가 양조장을 운영하는 곽옥근(70세)씨였다.

(사진=전기복 기자)
곽옥근 사장님이 발효실을 안내해주셨다.(사진=전기복 기자)

현판 좌측으로 들어서자 방문객을 맞이하듯 막걸리병이 가지런히 놓였다. 더 안쪽으로는 막걸리 주조 후 상온에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냉각시키는 냉각기가 놓였는가 하면 “일반인 출입을 금하는 곳”이라며 자물쇠를 열어 안내한 곳은 반지하로 된 발효실이었다. “발효의 적정한 온도를 맞출 수 있도록 반지하 공간으로 되어 있어 바깥 공간보다 낮은 온도차가 발생하고, 이런 구조를 한 양조장은 현재 국내에서 단 두 곳이 남아 있다.”고 했다.

뿐인가 “마천양조장은 1933년(정묘년)에 설립됐다”고 하니 벌써 9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건물 축조 시 쓰여진 상량문 기록 기준) “부친이 1960년대 초부터 운영하던 양조장을 약30년 전 본인이 물려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도 부친 이전의 역사는 되짚지 못하였다. 

이제 맛으로 그 완벽함을 느껴 보겠노라는 생각으로 낱개 판매를 요청했다. “10병 이하 소매는 하지 않는데···”라면서 몇 병을 건넸다. 가격을 묻기가 겸연쩍어 오만원 지폐를 드리자 되돌아 온 지폐 수가 네 장으로 더 많았다. 받아 드는 막걸리 봉투에 한 병을 더 담아줘 여섯 병이 됐다. 소매가격이 궁금해서 조심스레 단가를 여쭸다. “재료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5월 1일부로 ‘지리산 마천골 생(生)막걸리’(이하 막걸리로 표기)는 병당 200원 인상하여 1500원, ‘마천골 生 동동주’(이하 동동주로 표기)는 500원 인상한 2500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현재는 이렇게 두 제품만 생산되고 있다. 곽옥근씨는 “한 때는 ‘솔잎생막걸리’, ‘오가피동동주’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으나 힘에 부쳐서 두 제품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전기복 기자
마천양조장에서 생산한 생 막걸리(사진=전기복 기자)

막걸리와 동동주를 받아든다. 유명한 지리산 다랑이논을 조망할 수 있는 마천면 가흥리 안영준씨(56세) 사랑방에 여장을 풀고 산채 몇 가지를 안주 삼아 시음했다. 막걸리는 평범한 장수막걸리의 외관과 같은데 그 빛깔은 더 맑고 맛은 더 순한 탄산감을 느끼게 한다. 가파른 지리산 계곡물이 재빠르게 산밑에 닿듯 입술과 위가 마치 찌푸린 미간 주름처럼 맞닿아있는 듯 입술에 닿자 바로 위에 이르게 단숨에 들이켜게 하는 풍미가 있다. 목 넘김이 시원시원하다. 

동동주는 플라스틱 호리병 모양 용기에, 흔히 동동주라면 볼 수 있는 부유하는 쌀이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 막걸리와 맛의 차이를 느끼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막걸리에서 느끼지 못했던 누룩취같은 향이 더 강하다는 느낌. 미각이 발달하지 못한 필자로서는 동동주와 막걸리의 맛의 차이를 더 뚜렷하게 표현해내지 못할 뿐이다. 두 제품 모두 알콜농도 6.5%로 같다.

잔이 차고 비기를 몇순배, 지리산 자락의 초저녁은 ‘마천양조장’에서 주조되는 ‘마천골 생(生)막걸리’, ‘마천골 生 동동주’와 함께 이미 가을의 문턱을 넘었고, 오가는 정담은 고향 정취에 맞닿아있었다. 막걸리며 동동주의 맛과 멋이라는 것이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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