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듯 개인듯 이런 전시는 처음이다
사람인듯 개인듯 이런 전시는 처음이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09.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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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빛나는 아이디어로 만든 여러 섹션 대로 움직이며 그 스토리에 빠질 수밖에 없는 전시
사람과 가장 친하고 사람을 닮은 반려견을 보며 마음의 양식이 가득히 채워진 관람객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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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 키가 큰 개가 키 목걸이를 하고 서있는 모습이 시원스러우면서도 압도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 중 하나로 강아지, 개, 애완견이라 불리는 존재들. 개가 사람이 된다는 건 우스운 이야기지만 정말 그럴 법 하게도 작품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윌리엄 웨그만의 Being Human 비잉 휴먼.

지루하지 않도록 사진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고 빛나는 아이디어, 그 아이디어 그대로 사진이 나오도록 골백번을 다시 고쳐 찍고 또 찍었을 그 사진들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윌리엄 웨그만의 비잉 휴먼은 지난 7월 8일부터 오는 10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흥미로운 전시회다. 소재부터가 흥미롭다. 개를 의인화해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변호사, 우주 비행사, 성직자, 농부 등 직업군의 옷을 입고 사람 행세를 하게 하는 등 작가가 애완견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이런 컷들이 나올 수 없으리라. 

내외방송은 이런 유명한 전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29일 서둘러 찾아가 카메라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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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비행사 옷을 입은 반려견.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우리 같은 사람들' 섹션에서 바로 인간들이 갖는 직업군의 옷을 입고 폼나게 각을 잡고 있는 애완견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성직자와 캐주얼이 주목하게 만들었는데 성직자는 특수 직업이어서 그랬고, 캐주얼은 사람이라 해도 가장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이 캐주얼이라 사람 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 반려견에게도 그 느낌이 비슷하게 뭍어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가면무도회' 섹션에서는 신문지로 온몸, 얼굴을 가리고 있는 개를 표현한 뉴스거리와 안경, 기린 코끼리 등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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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세계에서. 반려견을 독특한 아이디어로 만든 작품들이 모여있던, 또 그러한 독특한 모습 또한 선사하는 반려견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섹션.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다음 섹션인 '환각'은 주제부터 흥미를 와락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주인에게 그저 예쁜 모습만을 보이며 그 모습만이 사진이나 그림에 담길 수도 있지만 때론 반려견이라는 예쁜 동물은 주인도 알 수 없는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는 상상력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개가 실제 그러한 모습을 보여서 사진에 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려견을 환각 상태에서 보듯, 혹은 환각 상태를 만들도록 영향을 주는 사진을 작품으로 나타냈고 반려견을 마치 유령처럼도 표현한 점에서 특별한 섹션이라는 영감을 줬다. 어쩌면 종교적인, 영혼의 세계에서 등 특이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입체파' 섹션은 실제 물체를 구성에 포함하고 단순한 형상과 밝은 색상을 사진에 담았다. 편지, 개가 숨어버려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잠복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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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이 화사하게 빛나는 의자에 뒷모습을 보이며 고귀하게 앉아있는 반려견의 모습.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색채면' 섹션에서는 그야말로 색채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화려하고 멋진 색채를 이용해 반려견과 어우러지도록 작품을 표현했다. 노란 의자에 앉아 있는 개의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오션뷰가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보그' 섹션에서는 패션 잡지 보그가 연상되면서 패셔너블한 소품들과 옷차림을 한 반려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키 큰 강아지가 키(열쇠) 목걸이를 하고 시크하게 서있던 키라는 작품이다.

뭔가 의미가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열적인 빨간색 옷 또한 포인트가 돼줬다. 깃털로 장식된 신발, 모자와 목걸이를 한 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패션이라는 단어는 안티가 없다. 하지만 사치로 무장한 패션에는 우려스러운 말들이 뒤따르기도 한다. 모자와 목걸이를 한 개를 보면서 개에게 너무 사치를 주입한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잠시 뿐, 작가의 이런 다양한 시도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작가에게 실로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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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드 섹션. 동물의 몸 또한 인간 만큼이나 경이롭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누드' 섹션은 민망함이 느껴질 정도로, 물론 동물이지만 적나라함을 선사한 특별한 섹션이었다. 정면, 뒹굴다, 열심히 운동했을 것 같은 개의 가슴이 드러난 벽이라는 작품 등을 보면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육체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가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슬로우 기타도 기타라는 악기를 이용해 눈길을 끈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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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고 명확하게 균형을 맞춰 앉아있는 반려견. 사람도 그렇게 하기 힘들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반려견들은 사람이 앉으라 하면 앉고 훈련시키는 대로 유능하게도 그 훈련을 익혀 따라한다. 반려견들은 사람도 하기 힘든, 예를 들어 엉덩이를 의자에 대고 균형을 맞추거나 코로 우아한 선을 그린다던지가 된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알게 됐다. 개는 역시 영특한 동물이자 대단한 동물이다. 

이러한 '앉아! 가만 있어!' 섹션에서는 발 올려놓기, 선에 대하여, 좌우흑백 등이 강한 인상을 줬다. 

'이야기' 섹션이 마무리 섹션이었다. 이번 전시는 길어도 지루하지 않았을테지만 지루할 정도로 길지도 아쉬울 정도로 짧지도 않았던 딱 알맞은 농도의 전시회였다. 

이야기 섹션에는 말 그대로 극에 주인공으로 폼을 한껏 잡고 있는 반려견, 스토리가 있는 영상 등에 출연한 반려견들이 친근함을 주는 멋진 섹션이다. 이때까지는 사진이었다면 이 섹션에서는 움직이는 반려견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이 주제가 됐다는 것이 보는 내내 편안함과 부드러운 감성을 실어줬다. 아늑하고 충분히 서서 즐기는 관람객들도 전시회 분위기가 굿이라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해주듯 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그 아이디어를 개로 표현한 작가의 마술 같은 전시회를 보고난 후 마구 요동치던 마음이 차분해진 기분이었다. 마음이 고픈 사람들은 잔뜩 마음의 양식이 채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신비롭고 다정다감한 또 애정 넘치는 그런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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