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말아야 할 고 이건희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고 이건희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5.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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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인 이건희 회장의 집을 합법적으로 초대 받아 구경하는 느낌
나라의 역사가 보이고, 개인의 보물 창고 같은 곳...사람 사는 맛과 멋이 느껴지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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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작가의 '문'. 개인의 집에 초대받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이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 1주년 기념전이 열려 화제다. 

이촌역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며 전시 기간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8월 28일까지다. 

내외방송에서는 지난달 28일 전시회를 찾아 진짜 이건희 회장의 집 안을, 그 집 안에 존재하는 갖가지 독특하고 의미 있는 전시품들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취재에 열을 올려봤다. 

전시는 '이 문을 지나면 수집품이 가득한 저의 집으로 들어갑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권진규 작가의 '문'이라는 작품이 유독 눈에 띄는 가운데 얼떨결에 시작된다. 

역시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한 작품을 보는데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관람 분위기는 충분히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조명과 내면을 중시하고 다질 수 있는 검증된 작품들만을 모아놔서인지 매우 훌륭했다.

대충 보고 지나칠 수 없는, 하나하나 왜 이건희 회장이 집 안에 들여놨을까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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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수련'.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회를 찾았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적인 작품. 빛깔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모네의 '수련'을 실제로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대단한 작품이다. 빛깔이 아름다운 작품이고 은은하고 단아한 느낌이 든다. 

'모자', '가족'을 나타낸 작품들이 꽤 있었다.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이라 함은 모든 것을 무장해제 할 수 있는 유일한 쉼터이자 안식처다. 이건희 회장도 가족을 매우 사랑하는 마음에 수집하지 않았을까. 

한 가지 의문인 점은 이건희 회장이 그 많은 작품들을 직접 기증했을까 하는 점이다. 평생을 나름 의미를 담아 내공을 쌓도록, 마음을 지켜주고 다져주는 역할을 하는 보물처럼 생각했을 터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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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 병풍'이라는 작품. 소중한 물건들을 책장 안에 넣어놓은 모습을 그려냈다. 보는 이도 귀중한 마음으로 보게 된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책가도 병풍은 책장에 책과 여러 물건을 그린 그림으로 작가 미상인 작품이다. 매우 아끼는 물건들을 책장에 가지런히 조화롭게 정리해놓은 것 같은 그림이라 보는 마음도 소중함과 귀중함을 간직한 채 관람할 수 있었다. 

정약용의 글씨도 눈길을 끌었다. 친필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귀중하게 느껴졌다. 제목은 '정부인전'과 '정효자전'. 내용도 의미가 깊었다. 역시 가족에 대한 따뜻한 글귀, 충고와 지적 등을 나타낸 것 같았다. 

이중섭의 '현해탄'은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 가기 위해 대한해협(현해탄)을 건너 가는 과정을 그렸다. 얼마나 만나러 가는 마음이 설레고 좋았으면 머리가 뒤로 젖혀져 얼굴이 거꾸로 그려졌다. 그는 이와 같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는 의미의 그림을 종종 그려 편지에 동봉하곤 했다. 역시 이건희 회장이 이 그림을 수집했다는 것은 그도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2부가 시작됐다. 이곳에 진열된 이건희 회장의 수집품은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 등 4가지 섹션으로 나눠 볼 수 있도록 돼있었다.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작품들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작품을 통해 인간을 탐색하고 자연을 통해 종교적인 차원까지 도달한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불교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었던 것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1부는 조금 차분한 듯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감상을 했다면 2부는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어둑한 조명과 함께 사람들은 본격적인 감상을 즐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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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삼존상'. 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과 전시회장 안에서 나오는 불빛의 시너지가 강한 작품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청동 위에 금속을 입힌 일광삼존상은 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신성한 기운을 섬세함을 담아 표현했다. 멀리서 봐도 작지만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다. 전시회장 안은 조금 어두웠다. 그 가운데 작품쪽에만 불빛을 비췄는데 그 빛과 보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대단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앙증맞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작은 물건'이 참 영특하게도 대단한 영감을 주는 것만 같다. 

15세기 우리 글로 부처의 뜻을 전했다는 감동과 자신감을 담은 흔적들도, 어린이를 교육했던 교훈적인 동화책, 서로의 인연을 돈독하게 만드는 시와 그림들의 향연 또한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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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인, 원색적인 미가 돋보인 '십장생도 병풍'.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만수무강을 비는 십장생도 병풍은 화려하면서도 특히 원초적인 색채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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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그림이 그려진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강가에서 뱃놀이 하는 그림이 그려진 항아리인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은 화병으로 사용됐다.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무늬가 아니라 산수 무늬를 그려넣었다는 점에서 특화됐고, 아기자기하고 대충 한번에 선으로 쓱쓱 그린 것 같지만 작가의 혼이 담긴 그림 덕분에 충분히 소장 욕구가 드는 작품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소유로 돼있는 이중섭의 황소도 눈길을 끌었다. 소의 근육진 모습, 때로는 피를 흘리기도 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온 이중섭의 인생을 투영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중섭의 대표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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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등 종교적인 행위의 느낌이 가득했던 최종태의 '생각하는 여인'.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묵상하고 삶을 돌아보는 종교적인 행위, 느낌이 가득했던 최종태의 '생각하는 여인'은 당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여러 마음과 함께 삶을 살아내는 것에 대한 고민, 사후세계에 대한 의문 등을 골고루 담고 있는 듯 보이는 작품이다. 그들에게 자연은 경이로우면서도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을 것. 

벽의 한면을 다 차지하고 있던 정광호의 '나뭇잎'은 구리선으로 형태와 입맥만 나타냈다. 선으로만 작업한 작품인데 나뭇잎의 모습을 너무도 실감나게 잘 표현한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가 나라에 바쳤다는 것은 큰 의미를 담는다. 모두에게 개방해 볼 수 있게 했다는 것도. 마치 보물창고 곶간을 열어재친 것처럼. 작품을 만든 작가들도 마찬가지지만 수집한 이의 생활관과 마음가짐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개인의 곶간을 열어줘 덕분에 영혼의 양식이라는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다. 평생을 기억할 그런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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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의 '하늘과 땅'. 우주적인 차원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신비로운 작품이었다. 가운데는 우주와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빛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마지막 부분에 있었던 방혜자의 '하늘과 땅'은 정말 신비로웠다. 그냥 보는 자체만으로도 작가가 무언가 큰 의미를 두고 만들어낸 작품 같다. 이것을 산 수집가도 웅장한 작품의 모습에 진심으로 반했으리라 생각된다. 가운데 부분은 빛을 나타낸 것 같았는데 우주의 빛이기도 하고, 땅 위를 걷는 인간의 내면의 빛이기도 하다. 서로는 영향을 주고 받는다. 우주적인 차원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신비로운 작품이었다. 

이밖에도 신석기시대 토기부터 도자기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도자기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건희 회장의 전시를 보면서의 흥미거리 중 하나였다. 

나라의 보물급인, 너무도 소중한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었던 이건희 회장의 집을 천천히 둘러봤다. 전시회장이 너무 커서 사람들은 중간중간 쉬면서 관람했다. 전시회에 큰 뜻을 두지 않은 사람들은 중간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전시회는 한 나라의 역사가 있었고, 개인의 역사가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작품들 앞에 감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억소리가 날만큼 거대하고 웅장했던 이건희 회장의 수집 작품들. 이를 담은 역사적인 전시회. 온 국민은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좋은 옷을 차려입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도 발걸음을 옮긴다.

가족을 사랑했고, 굴곡진 위기와 행운, 축복 속에서 살았던 이건희 회장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 보기에 한번도 아닌 두번도 좋다. 동참해보길 적극 권한다. 

평생을 보물 창고에 모셔놓았던 역대급 작품들을 국민에게 개방해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영혼의 양식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이건희 회장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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