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교수의 이슈 진단] “레몬법, 무용지물…기본 요건부터 갖춰야”
[김필수 교수의 이슈 진단] “레몬법, 무용지물…기본 요건부터 갖춰야”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0.11.2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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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
▲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

(내외방송=정수남 기자) #.

수원에 사는 김 모(38, 남) 씨는 지난달 주말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를 시속 100㎞로 달리다 차량이 갑자기 멈추는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당시 차에는 3살된 딸과 아내(33)가 함께 탄 상태였다.
다행히 차량 통행이 뜸해 큰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견인차가 도착해 차량 견인 과정에서 다른 차량이 추돌 사로를 일으켰다.
당시 김 씨의 차는 출고한지 3일밖에 안된 SM6 디젤이었다.
사고 후 김 씨는 회사 측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되돌아온 대답은 ‘NO’였다.

신차교환·환불 프로그램인 레몬법이 무용지물이 됐다.

2019년 1월 발효된 ‘레몬법’은 신차 교환과 환불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 이 법에 의거해 신차가 교환되거나 환불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필수 교수를 지난 주말 만났다.

- 우리나라가 의욕적으로 2년 전 미국의 레몬법을 들여왔는데요.
▲ 고객 환불 요구에 완성차업체가 협의와 회유 등을 통해 해결하거나 무마하면서 실제 환불과 교환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레몬법은 무용지물이 되면서, 효과적으로 고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 한국형 레몬법의 문제가 무언가요.
▲ 제가 10년 이상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 활동한 경험을 살려 2018년 관계 부처에 레몬법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의미가 전혀 없다고 누누이 언급했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레몬법을 흉내만 냈기 때문에 다소 의미는 있지만, 법이 잘 발휘될 수 있는 기본 요건을 간과한 게 문제입니다.
미국은 소비자 천국입니다.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완성차 업체는 천문학적인 징벌금을 내야 하는 소비자 중심 국가인 것이죠.
반면, 우리는 소비자 중심과는 거리가 멉니다. 현재 자동차 분야가 소비자에게 가장 불리한 영역이죠.
이 같은 기조에서 겉 표면만 그럴 듯하게 흉내를 낸 레몬법이 효과를 발휘하기란 불가능합니다.

- 해결 방법은 없나요.
▲ 레몬법 적용 이전에 3가지 선결 요건을 고민해야 합니다. 우선 징벌적 보상제입니다. 기업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허위, 축소, 지연 등 불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망할 정도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도 부과하고 있죠. 기업이 망할 정도로 벌금을 부과하고 소비자 배상은 별도라 하면, 자동차 업체들은 고객을 중심에 놓게 됩니다.

- 현재 국내에는 징벌적 제도가 없습니다만.
▲ 그나마 최근에야 징벌적 제도를 두겠다고 정부가 공표했으나, 업게 반발이 거셉니다.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쥐꼬리만한 벌금형으로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는 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 두번째는요.
▲ 자동차의 각종 결함에 대한 책임은 기업이 져야합니다. 다시 말하면 차량 문제 발생 시 자동차 제작사가 자사의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면 결함 유무를 제작사가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도 완성차 업체가 임무를 소홀히 하게 되면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죠.
우리의 경우 급발진 등 자동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비전문가인 운전자가 직접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라, 제작사가 나서서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승소하는 경우가 없죠? 사회와 법 구조 자체가 자동차 제작사에 매우 유리하게 돼 있습니다.

▲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주행 중 멈춘 SM6 디젤. (사진=김 모씨)
▲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주행 중 멈춘 SM6 디젤. (사진=김 모씨)

- 정부의 책임이 큰 것 같습니다만.
▲ 맞습니다. 같은 차량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미국의 경우 도로교통안정청(NHTSA) 등과 같은 공공기관이 나서서 조사합니다. 그만큼 제작사는 부담을 크게 가질 수밖에 없고요.
반면, 우리는 차량 문제가 상당 기간 동안 여러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나서는 경우는 전무합니다. 그렇다고 하소연 할 수 있는 공공기관도 있지도 않고요.
소비자의 외로운 싸움이 되는 셈이죠.
유일하게 한국소비자원이 있기는 한데, 소비자원의 결정도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라, 한계가 있고요.

- 이 같은 기본적인 3가지 조건이 완벽하게 구축되면, 국내에서도 레몬법이 잘 운용될까요.
▲ 미국의 경우 신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작사가 적극적으로 보상하고 미리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를 소홀히 할 경우 제작사가 받는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고요. 게다가 소비자 단체의 문제 제기도 제작사에는 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이들 3가지 조건이 아예 없어, 국내에서는 굳이 제작사가 나서서 교환이나 환불 등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같은 겉치례적인 레몬법은 재작사가 지킬 의무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 근본 조건이 결여된 레몬법으로는 신차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말씀이시죠.
▲ 현재 레몬법 자체가 많은 항목이 결여된 절름발이 법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차 교환이나 환불의 의무가 제작사와 소비자가 작성하는 계약서에 명기해야만 레몬법이 적용됩니다.
모든 제작사와 협의해야 레몬법이 적용되는 만큼 협의가 안된 제작사는 레몬법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현재 레몬법이 적용되지 않는 제작사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하면 레몬법이 제정될 당시 상위법 개념으로 진행했어야 맞습니다. 모든 국내외 완성차 업체가 예외없이 레몬법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회가 최근 예외 없는 레몬법 적용을 상위법 개념으로 발의했습니다.

- 이외에도 레몬법에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의 세부 사항이 많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항목이 많습니다만.
▲ 기반 없이 미국법을 흉내낸 설익은 레몬법이기 때문입니다.
신차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교환이나 환불 받는 사례가 국내에서 드문 까닭입니다. 상기 르노삼성 사례도 합의로 끝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은 당초부터 차량 결함을 부인했고요.
국내에서는 연간 수 백건의 차량 교환, 환불 요청이 발생하는데, 이중 성사 건수는 3~4건 정도입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공공장소에서 골프채로 자신의 수입 신차를 때려 부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레몬법은 지금과 같이 개점휴업 상태일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본 조건 등이 어느 정도 구축되기 전에는.
좀 더 세밀하게 전문성을 갖도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해 자동차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법안이 재탄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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