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작은 갤러리의 아늑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김승현 작가의 ‘루에를 향한’ 전시가 갤러리 도올에서 2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도시’의 건물들을 형상화한 것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루에(Ruhe)란 독일어로 휴식, 평화를 뜻한다. 가만히 그림 그리며 앉아 있기만 하거나 쉬기만 하는 것이 휴식이라고 느끼지 않았던 작가는 독일 카를스루를 기점으로 여행을 다니며 그 속에서 평화와 휴식을 찾았다.
김승현 작가는 경상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꿈꾸는 창’, ‘Cycle, the growth’, ‘Meaningful Insight’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브리즈 아트페어, 천변아트페어 등 많은 그룹전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여행을 통해 느낀 감수성을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모든 그림에 담았다. 가만히 앉아 휴식하면서도 영혼이 고요하지 않고 이런 걱정, 저런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발이 아프도록 걷고 여행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는 감성 속에서 참자유가 존재한다. 자신을 향해 말 그대로 도를 닦고 결론을 냈다면 그것처럼 좋은 휴식기란 없을 것이다.
‘정지’, ‘조용’, ‘명상’, ‘라이프에서의 일탈’, ‘나에게 집중’, ‘숨 고르기’, ‘현실과 잠시 떨어져 거리 두고 바라보기’ 등 휴식을 여러 시선을 바라보려 애썼다. 그는 독일에서 여러 도시를 방문하고, 그리 멀지 않은 국가들을 둘러보며 주로 기차나 트램 등을 타고 탐색자의 입장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봤다. 낯선 사람에게 말도 걸어보고 아무 곳에나 털썩 주저앉아 음식을 먹거나 호텔에서 혼자 잠을 자보는 일, 하루 종일 미술관 관람만 하는 일정을 소화하거나 넓은 공원에 앉아 멍하니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등의 많은 시도를 통해 본인만의 휴식과 평화라는 것을 찾아 나섰다.
자연스레 드로잉으로 연결됐다. 이와 함께 일기를 써내려가며 마음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작가는 드로잉이든 일기를 쓰는 것이든 루에를 실천하기 위한 작업의 과정이고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라 여겼다.
작가는 도시와 인간이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 파헤쳐진 땅의 움직임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올라가는 빌딩들, 하나의 목적을 위해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역시 매일 보는 도시의 풍경이다. 독일이라는 전혀 낯선 도시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새로운 모든 것들이 작업의 소재가 됐고 이런 것들을 수집해 자연스럽게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됐다.
이러한 요소들은 본인의 내러티브와 섞여 드러나기도 하고 내면을 채우는 주관적 시선이 된다. 작가는 많은 이들이 잠시 본인의 것들을 내려 놓고 루에를 경험하는 그 날이 오길 소망한다는 작품 후의 소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