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와 화가의 아름다운 동행을 엿볼 수 있었던 '세종 컬렉터 스토리'
컬렉터와 화가의 아름다운 동행을 엿볼 수 있었던 '세종 컬렉터 스토리'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11.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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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가의 이야기', '어느 컬렉터의 이야기' 두 가지 파트로 나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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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작가의 봄나들이. 어울려 노는 것 같지만 각자 자신만의 예술적 몸짓을 표현한 것 같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세종문화회관은 매해 '세종컬렉터 스토리' 전시회를 개최한다. 컬렉터의 중요성과 작가 후원의 사회적 가치 공감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3번째 전시다. 지난 9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SEJONG COLLECTOR STORY III 어느 컬렉터와 화가의 그림이야기(컬렉터 정상림-화가 박종용)' 전시회는 무언가 낯설지 않고 친근한,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관람객을 맞아주었던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내외방송에서는 17일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화가의 마음과 내 마음, 컬렉터의 마음을 일치해 하나의 경이로운 작용을 일으킨 좋은 경험을 했다. 

고 정상림 컬렉터가 평생 예술 동반자로 삼았던 화가 박종용의 작품을 소개하는 '어느 화가의 이야기'와 컬렉터의 미감이 담긴 '어느 컬렉터의 이야기' 두 가지로 파트를 나눠 구성했다. 

'어느 화가의 이야기'는 화가 박종용의 작품 34점을 전시했고, '어느 컬렉터 이야기'는 김흥수, 남관, 박영선, 권옥연, 김두환, 김영덕, 김환기, 윤형근, 이우환, 이응노, 강익중, 이두식, 이배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 41점을 소개한다. 

'어느 컬렉터의 이야기'에서는 작가들이 대부분 일제 강점기를 겪었고, 해방해 6.25전쟁을 겪으며 한국 근현대 역사의 중심이었던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한국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 섹션은 '인물을 그리다' 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작품은 박영선 작가의 봄나들이였다. 세밀하게 묘사된 여인들의 모임, 봄나들이를 보면 각자가 재밌게 즐기고 있으며, 각자가 나름대로의 예술적인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들이라기 보다 발레리나들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신기함, 호기심 등을 자극했다. 

누드 그림이 몇 점 있었는데, 최영림의 누드는 누드라기 보다 갓난 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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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태의 설악산. 설악산의 기운을 그대로 그림에 담아냈다는 것이 경이롭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두 번째 섹션인 '자연을 담다'는 산과 바다, 동물 등 자연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 전시돼 있다. 

최예태의 설악산은 정말 거대한 대자연에서 오는 웅장함과 기운을 그대로 담아놓았다. 그러한 기운을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구나를 깨닫기도 했다. 박상옥의 해변도 정말 창 너머 내가 실제를 내다보고 있노라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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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혁림의 창. 기하학적인 관점에서의 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세 번째 섹션은 '새로움을 시도하다'로 기계적이면서 기하학적인 표현을 한 그림들로 전시돼 있었다. 전혁림의 창이라는 작품이 크기도 크면서 눈길을 끌었다. 제목을 '무제'로 지은 경우가 참 많았는데 각자 하나하나가 신비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즉흥적이면서도 현재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순수함과 과감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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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희의 무제. 집념으로 똘똘 뭉친 무언가로 느껴졌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네 번째 섹션은 '다양함을 확장하다'인데 말 그대로 표현, 주제 등을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있었다. 네 번째 섹션 역시 무제라는 제목이 더러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고 가슴 뭉클했던 작품은 이숙자의 훈민정음이었다. 신성희의 무제는 무언가로 꽉 찬 느낌이 들어 무게감 있고 다양함이 느껴졌다. 멀리서 보면 밀집돼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까 싶지만 자세히 보면 한땀한땀 집념으로 표현한 것이 느껴진다.

사람의 발자국을 연상시킨 박영하 작가의 내일의 너, 강익중의 부처님도 눈길을 끌었다. 서양의 화가 중 죠르주 루오라는 작가는 예수님의 얼굴을 정성스레 그리기도 해 인기를 얻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정성과 흘린 땀이 느껴진다. 묵상하듯 그림을 그려서 더욱 극찬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강익중의 부처님도 그와 같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파트 2인 '어느 화가의 이야기'는 화가 박종용의 작품들로만 채워져 있는 공간이었다. 

세상의 만물이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한 이 화가는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흙과 나무, 돌 등이 그의 작품을 표현한다. 추상예술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사물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했던 '결'을 향한 그만의 열정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드러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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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정상림과 화가 박종용의 이어진 예술 안에서의 관계, 동반자로서의 관계가 아름답다고 느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박종용 화가는 "결은 나의 분신이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에 꽂혔던 작가의 진심과 마음을 이해하는 이가 많지는 않을 것 같지만 "결은 살점을 태워가며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로서 나의 숨결이자 생명체인 것이다. 세상사에 초연하면서, 자연과 생명의 빛을 갈구하면서 생의 종점까지 고독한 땀방울을 흘릴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조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결을 자신의 분신, 자기 자식과도 같은 것으로 인지한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결은 땀방울 하나하나의 결정체인 것이다. 내 영혼이 한겹 한겹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자신의 보물이자 세상에 드러내 보이고 싶은 자랑스러움으로 꽉 찰 것이다.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고, 난해하거나 어렵다기 보다 친근하고 평온한 기분으로 안락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건희 컬렉션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컬렉터의 소장 작품들을 감상하는 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야말로 평범하디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난해하지 않고 평범하면서도 해석이 쉽고, 비교적 평이한 해석으로 이끄는 작품들을 선점해 전시가 돼있다는 점이 닮아있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컬렉터의 전 일생을 걸쳐 모아온 작품을 보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는 점, 작가는 물론이고 그 작가와 공감했을 컬렉터의 마음까지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행운처럼도 다가온다. 

특히 조용하고 잔잔한 자연, 자연스러움에 빠져들고 싶다면 이 전시회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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