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감성을 건드려주는 치유의 대서사...동화는 어린이 전유물이 아니다
어른들의 감성을 건드려주는 치유의 대서사...동화는 어린이 전유물이 아니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1.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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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혼연일체 된 모습...‘모두의 그림책’ 제목 어색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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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쏙 모두의 그림책 전' 전시장. 차분하게 꽤 많은 작품들이 걸려져 있었고 겉보기 만큼이나 내실이 튼튼한 작품들이 모아져 있어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혼자 자그마한 내면 속에 갖고 있던 동심의 세계를 펼쳐 꺼내볼 수 있는, 친구와 어울려 서로의 동심 세계를 확인하며 공감할 수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욱 좋을 ‘내맘쏙 모두의 그림책 전’이 서초구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오는 3월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관람객들은 각 섹션마다 다른 키워드로 작가의 동심과 상상력이 담긴 작품들을 보며 혼연일체된 모습이었다. 내외방송에서는 25일 이곳 전시회를 찾아 왜 이토록 관람객이 넘쳐나고 무엇이 이들을 흥분시키고 있는지 알아봤다.

이번 전시회는 총 4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먼저 첫 번째 섹션인 ‘상상랜드’에서 전시된 동화는 윤지회 작가의 ‘우주로 간 김땅콩’, 서현 작가의 ‘호라이’, ‘간질간질’, 안녕 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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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회 작가 작품을 통해 김땅콩의 상상들에 물들다. 유치원에 나가지 않는다면 결국 경찰까지 출동할 것이라 상상의 나래를 편 김땅콩의 마인드를 잠시 공감해봤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김땅콩은 자신이 만약 잘 다니던 유치원에 갑자기 나가지 않는다면? 이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걱정하실 테고, 경찰차가 출동할 것이며, 나중엔 TV 뉴스에도 출연하게 되겠지? 이것이 김땅콩의 무한한 상상력이다.

이러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그려진 동화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동심을 대하는 마음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나하나 관찰할 수 있었다. 정말 주인공, 작가의 상상력에 같이 동참하며 ‘아 그랬구나’, ‘그랬겠구나’를 연신 거듭했다.

서현 작가의 ‘간질간질’은 머리가 가려워 무심코 머리를 만졌더니 떨어진 머리카락이 꿈틀꿈틀 일어나 또 다른 나, 새로운 내가 됐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데, 이러다 온 세상이 ‘나’들로 가득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작가의 의문서린 스토리를 따라 그림을 보면 기막히게 공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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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 더운 여름에 수박을 수영장 삼아 발 끝엔 미끌미끌한 수박이 닿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안녕 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은 여름에 시원한 수박을 수영장으로 만들어 왠지 미끌미끌한 수박이 발에 닿는 느낌을 상상해보도록 만들었다. 원래 동화에서는 ‘옆 동네 코코넛 수영장은 벌써 개장했다던데’하는 대사가 나오지만 코코넛 수영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동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시회에서는 볼 수 있다. 전시회가 아니면 못 볼 그림들, 조형물 등을 볼 수 있어 더욱 유쾌한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보는 그림 작품 전시가 주를 이뤘지만, 함께 체험 존도 준비돼 있어 실제로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 보는 듯한 기분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수박 수영장이 그랬는데, 인원 제한이 있어 긴 줄을 서야만 했는데 그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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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작가의 '선'과 연관된 체험놀이. 스케이트 타듯 양말을 신고 바닥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많은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던 체험존 중 하나였다. 줄을 서야 참여할 수 있는 체험존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두 번째 ‘나의 세계’ 섹션에서는 윤지회 작가의 ‘엄마, 아빠의 결혼 이야기’, ‘사기병’과 함께 안녕 달 작가의 ‘당근 유치원’, ‘안녕’ 그리고 ‘눈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엄마, 아빠의 결혼 이야기’는 ‘함 사시오~~’를 하는 장면부터 결혼식 날의 세세한 장면 장면들까지 정말 한 부부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이 전부 담겨있는 앨범 속 사진들과 같았다. 엄마, 아빠가 이런 과정을 거쳐 결혼해 나를 낳았노라고 생각하면 이 앨범은 보물임에 틀림없다.

‘사기병’은 울컥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작가 윤지회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그의 작품과 숨결은 그의 하나하나를 다 담은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작가가 실제 암이라는 병에 걸려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의 자신의 상태, 마음가짐 모든 게 고스란히 작품에 일기를 써내려가듯 차례대로 담겨있었다. 너무나도 담대하면서 심각한 상황이지만 재미있게, 긴장감 하나 없이 침착하게 현실을 풀어낸 작가의 작품에 존경을 표한다.

암 선고를 받고 수소문해 여러 병원을 찾게 됐고, 한 병원만 간 게 아니라 다른 병원도 찾아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를 받고 나오는데 눈물이 흘렀다는 이야기, ‘나는 얼마나 남은 걸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매일 아침 일어나 눈을 뜰 때마다 마음을 쓸어내리며 ‘오늘도 살아있네’를 연신 외쳤던 작가의 모습이 왠지 모를 애틋함과 연민, 전율을 가져다 줬다. 병원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화해 보고 예약하는 모습부터 그의 실제 죽음까지를 본인 스스로 그려냈다는 게 보는 이로서는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마저 들도록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했다.

‘눈아이’는 눈사람 친구를 사귀게 된 주인공이 봄이 오면 녹을 수밖에 없는 눈아이와 잠시 동안이지만 행복하게 어울려 놀고 끝내 그를 떠나보내야 함까지 절절한 감동어린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놀이극장 섹션에서는 김지영 작가의 ‘내 마음 ㅅㅅㅎ’, 이수지 작가의 ‘선’, ‘그림자놀이’, 정진호 작가의 ‘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수지 작가의 ‘선’이라는 동화책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 주인공처럼 직접 무대에서 시연할 수 있도록 만든 체험 존이 마련돼 있다. 양말 스케이트장이라는 이름하에 선을 따라 스케이트장을 신나게 활보할 수 있다. 원화 외에도 아크릴, 거울에 그려진 이수지 작가의 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벽’. 그러한 벽을 허물어 보는 체험 존도 있어 이색적이었다. 콩 주머니 같은 것을 집어 들어 벽에 던지면 균열이 생기면서 벽이 허물어진다.

‘내 마음 속상해’, ‘시시해’, ‘심심해’, ‘생생해’ 등 많은 ㅅㅅㅎ을 상상해보며 지금의 나는 어떤 상태인지, 어떤 단어가 마음에 드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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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숲. 이야기들이 또 뒤에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 풍성한 숲의 모습 같았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네 번째 섹션은 ‘이야기 숲’이다. 이지은 작가의 ‘이 파란 파냐 무니 무’, ‘친구의 전설’, ‘팥빙수의 전설’, 정진호 작가의 ‘별과 나’로 이뤄져 있다.

숲 속 같이 꾸며져 있던 포토존을 지나 ‘이 파라 파냐 무니 무’에 도착하면 거대한 털숭숭이를 만날 수 있다. ‘이 파라 파냐 무니 무’라는 괴성과 함께 무시무시한 털숭숭이가 등장한다. 그와 싸우려고까지 하지만 덩치는 큰데 겁이 많았던 털숭숭이에 대한 오해와 화해로까지 이어지는 스토리가 재밌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동화책의 내용을 몰랐어도 쉽게 전시회장에 와 동화 줄거리를 파악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히 코믹했고,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그 상상력이라는 게 어디까지 미치는지 함께 공감할 수 있다. 체험 존들을 통해 동화 속에 풍덩 빠져들어 볼 수도 있었다. 전시회장은 동화 속 동심의 세계 그 자체였다.

사람은 누구나 유치한 구석이 조금씩은 있다. 은밀한 곳에 동심에 따라 살아보고 싶은 욕구도 존재한다. 요즘에는 동화가 아이들을 위한 것일뿐 아니라 성인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이끌고 있어 이러한 욕구를 종종 채워준다. 이번 전시회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이 더욱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코 동화라는 장르가 유치하고 아이들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른들을 치유해주는 바로 동심을 건드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모두의 그림책’이라는 제목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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