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상상 넓혀주는 설치 미술...대단한 그 경계에 서서 작가들과 교류하다
생각과 상상 넓혀주는 설치 미술...대단한 그 경계에 서서 작가들과 교류하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3.0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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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끝은 어디일까...반강제로 내면의 깊이를 파고드는 작가들의 철학적 의미를 담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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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책상 의자에는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은 천장 위에 있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아이들은 비대면 수업과 다른 것들에 빠져들어 교내 수업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SBS문화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1'을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오는 20일까지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해 온 대한민국 대표 미술상이다. 

매해마다 시각예술가 4인을 후원작가로 선정해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 심사를 거쳐 최종 1인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다. 

'올해의 작가상 2021'은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들의 추천과 심사를 거쳐 후원작가 4인으로 김상진, 방정아, 오민, 최찬숙을 선정했다. 

'내외방송'에서는 지난 2일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아 평소에는 놓치기 쉬운, 상상하기 어려웠던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내면의 세계를 건드려주는 작가들만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먼저 김상진 작가의 작품은 설치 미술과 영상 미술의 혼합이었다. 공간으로 울려퍼지는 웅장하면서 반복되는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공간의 가운데에는 교실이 있고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공중에 뜬, 가상공간에 빠져든 듯한 느낌을 표현했는데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가중된 디지털화 등을 표현하고 싶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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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테로포니'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관람객들이 거닐고 있는 공간은 하나의 실험실이자 무대다. 카메라 앞의 여성을 큰 화면으로 봤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 여성을 보는 관람객 각자의 마음은 같기도 다르기도 했을 것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오민 작가는 5개의 화면과 설치 작업으로 표현됐다. 겉으로 보면 한 여성의 모습과 표정을 계속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여성은 생각에 잠기기도, 그 순간을 즐기기도, 지루해하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오민 작가는 '헤테로포니'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헤테로포니'란 하나의 선율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주할 때 연주자마다 선율이 한 데 공존하는 상태를 말하는 음악 용어다.

같은 공간 속에서 관람객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한 공간에 여러 명이 동시간을 감각하며 헤테로포니를 경험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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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광물이라는 것과 사람의 몸이라는 것의 경계, 어쩌면 그 경계는 없을지도 모른다. 땅은 과연 온전한 소유가 되는 것일까. 왜 사람은 땅을 소유하는데 집착하는 것일까. 집착해서 소유한들 그것이 진정한 소유며 온전한 것인가. 많은 의문을 던져본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최찬숙 작가의 전시는 두개의 영상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 영상에서는 미이라가 등장해 사람의 몸도 광물의 일부라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 사람과 자연, 경계를 허무는 말이었다. 

두 번째 영상은 작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쟁을 치른 후 정부는 사람들에게 이주를 독려했고 많은 사람들이 비무장지대로 왔지만 한참 지나 땅문서 등을 가지고 찾아온 외지인들에 의해 이제껏 개척한 자신들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게 된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았다. 

박 작가는 "땅은 어떤 안정된 정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일텐데 양지리라는 곳에 살게 되면서 그곳의 할머니들을 만나게 됐고 땅과 몸 그리고 다른 방식의 소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공간과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는지를 깨닫게 됐다"면서 "격리된 환경에서 지진도 느껴봤고 과연 땅은 소유가 가능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이 시작되면서 출발한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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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흐물흐물'이 주제였던 방정아 작가 작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방정아 작가는 정치, 권력 등 딱딱한 이미지의 것들이 조금 흐물흐물해지면 좋겠고, 반대로 흐물흐물해지거나 무너지면 안 되는 우리의 생태계랄까, 이런 두 가지 상반된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 것 같았다. 

늘 노려 봤던 대상이 어느 순간 흐물흐물해져 있는 걸 알게 되고 딱딱하던 경계가 물컹해지면 앞, 뒤, 옆 것들이 삐져 나오며 서로 섞이게 된다는 그녀의 말에는 철학적이고도 왠지 일어나면 안 될 것만 같은 현실 등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흐물흐물해진 것들이 뒤섞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합과 공존이 될 수도, 평화와 온유함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견고하고 강해보이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흐물흐물해진다는 작가의 사소한 듯 하지만 대단한 발견이 마음 속의 어떤 긴장감을 주기도,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설치 미술이다 보니 공간 속에 홀로 서서 혹은 다른 관람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가의 내면과 교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평소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전시회 관람을 통해 내 마음과 상상력의 폭을 마구 넓혀주는 작품들이었다.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저절로 생각과 마음 넓히기 작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작됐다. 

세상을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보며 경각심, 희망, 동료의식, 공동체 등 색다른 것을 느껴보고 싶다면 '올해의 작가상 2021' 전시회를 이 봄날에 한번쯤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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