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확인된 구형의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는 어떤 모습일까
국내 최초로 확인된 구형의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는 어떤 모습일까
  • 박세정 기자
  • 승인 2022.08.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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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사진=박세정 기자)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사진=박세정 기자)

(내외방송=박세정 기자) 문화재청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이하 박물관)에서 '일영원구(日影圓球)'를 지난 19일부터 일반에 공개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앞서 지난달 환수돼 공개된 조선 왕실 유물 '보록'과 함께 박물관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공개됐다"고 20일 밝혔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사진=박세정 기자)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입구 모습. (사진=박세정 기자)

'내외방송'은 일반에게 공개된 첫날인 19일에 현장으로 직접 나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球形)의 휴대용 해시계인 일영원구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영원구는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 유물이었으며 당초 소장자이던 일본 주둔 미군 장교의 사망 이후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가가 경매에 내놓았다.

문화재청은 "작년 말 해당 유물의 경매 출품 정보를 입수한 이후 면밀한 조사와 문헌 검토 등을 거친 뒤 지난 3월 미국에서 경매를 통해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앙부일구(왼쪽)과 일영원구(오른쪽) (사진=박세정 기자)
앙부일구(왼쪽)과 일영원구(오른쪽). (사진=박세정 기자)

형태를 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시계 '앙부일구'가 반구(半球)인 것과 달리 일영원구는 둥근 공 모양인 원구(圓球) 형태를 하고 있다.

이는 두 개의 반구가 맞물려 각종 장치를 조정하며 어느 지역에서도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며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일영원구 (사진=박세정 기자)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球形)의 휴대용 해시계인 '일영원구'. (사진=박세정 기자)

한쪽 반구에는 12지(十二支)의 명문과 96칸의 세로 선으로 시각을 표시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루를 12시 96각(刻, 15분)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의 시각법을 따른 것이다. 

또한 정오(正午) 표시 아래에는 둥근 구멍인 시보창(時報窓)이 있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의 반구를 움직이면 이 창에 12지의 시간 표시인 시패(時牌)가 나타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일영원구의 시보창에 표시되는 시패는 총 9개이며 12지 중 해(亥)·자(子)·축(丑)이 표시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해시계는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가 뜨지 않는 시간인 해시(21시〜23시), 자시(23시〜01시), 축시(01시〜03시)는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일영원구로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림줄로 수평을 맞춘 뒤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해 북쪽을 향하게 한 다음 위도 조절장치를 통해 위도를 조정한 뒤 횡량에 비추는 태양의 그림자가 홈 속으로 들어가게 해 현재의 시간을 확인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일영원구(사진=문화재청)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형(球形)의 휴대용 해시계인 '일영원구'.(사진=문화재청)

일영원구는 전통 과학기술의 계승과 발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명문과 낙관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나 과학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한쪽의 반구에는 제작 시기인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했다(大朝鮮開國四百九十九年庚寅七月上澣新製)'는 명문과 함께 제작자의 서명인 '상직현 인(尙稷鉉印)'이 새겨져 있다. 즉 1890년 7월 상직현이라는 인물에 의해 제작된 휴대용 해시계임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일영원구에서는 유물이 제작된 시기인 조선 후기의 주조 기법과 은입사 기법 등의 장식 요소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네 개의 꽃잎 형태를 지닌 받침에는 용, 항해 중인 선박 그리고 일월(日月)이 상감돼 있어 향후 금속공예 등 다방면으로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실내 전경 (사진=박세정 기자)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실내 전경. (사진=박세정 기자)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국외소재 문화재재단의 축적된 경험, 관계자 네트워크,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원구에 새겨진 선과 명문의 정확한 용도, 구체적인 작동 원리 등 새로운 유물사와 과학사적 내용들은 향후 추가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밝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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