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정수남 기자) BMW그룹코리아가 8월 판매에서 업계 1위에 올랐다. 2015년 9월 불거진 디젤게이트(폭스바겐의 배기가스조작사건)으로 이듬해 메르세데스-벤츠에 업계 1위를 내준 이후 4년 8개월만이다.
BMW는 ‘디젤 승용차’의 무덤으로 이름난 대한민국에 2010년대 들어 디젤 세단을 선보이면서 2015년까지 국내 수입차 업계 1위를 7년 연속 차지했다.
BMW가 i8로더스터와 함께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들여온 전기자동차(EV) i3을 탔다.
최근 들어 전기자동차(EV)가 완성차 주류로 부상했다. 독일의 고급브랜드 BMW 역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EV 등 친환경차량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BMW코리아(대표이사 한상윤)가 새롭게 선보인 EV i3 120Ah를 타고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최근 달렸다.
서울역 앞에서 만난 i3 120Ah의 차체 디자인은 종전 모델과 큰 차이는 없다. 전장, 전고, 전폭이 각각 4010㎜, 1775㎜, 1600㎜로 아담한 유선형이다.
BMW의 패밀리 룩인 전면 키드니그릴에서 세로줄은 사라졌다. 대신 검은색 강화플라스틱이 자리하고 이를 크롬 재질이 두르면서 보닛의 검은색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EV는 내연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측면 디자인 역시 공기 흐름을 고려한 유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19인치 알로이 휠은 기하학적인 스포크에 폭 175㎜, 편평비 60%의 래디얼 타이어가 이채롭다. 이 타이어의 중량기호 86(530㎏ 탑재 가능)와 속도기호 Q(160㎞로 주행 가능)을 고려하면 i3 120Ah가 근거리 출퇴근과 시장 보기 등 일상 운행에 최적화 됐다.
앞바퀴는 155/70R, 19, 84Q이다. i3 120Ah가 레이싱 머신의 타이어를 장착해 중고속에서 운전하는 재미를 충족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후면부 역시 유선형을 유지하기 위해 후미등을 곡선으로 처리했으며, 검은색과 옅은 갈색을 차체에 적용해 일체감과 고급스러움을 극대화 하고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조용하다. 운전대 오른쪽 아래 칼럼쉬프트 변속기를 변형한 자동 변속기를 돌려 ‘D’에 놓자 차량이 나가지 않는다.
i3 120Ah 클리핑 속도가 없다는 게 강점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아야 전진하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멈춘다. 이는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기본으로 실리고 있는 오토홀드와 같은 기능으로, 차량 지정체 구간 등에서 유용하다.
i3 120Ah의 계기판은 이채롭다. 계기판은 4㎝×15㎝의 사각의 검은색 강화 플라스틱으로 이뤄졌으며, 현재 속도와 주행 가능 거리, 충전 상태 등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중앙 디지털 속도계 위쪽에는 방향 지시등과 ESP(능동적차제자세제어) 기능, 크루즈컨트롤 기능, 거리 조정단계 등이 표시된다.
맨 아래에는 주차 브레이크 작동(P)과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보여준다.
용산에서 강변북로 구리 방향을 잡았다. 이 곳은 평소에도 차량 통행이 잦은 곳이다.
옆차선과 앞뒤에 차량이 접근하자 12.15인치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에 추돌과 충돌 경보음이 울리면서 차량 주변이 모니터에 비친다. 모니터는 주차 시에도 차량 주변을 투영하면서 사가지대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천호대교를 지나 차량이 뜸한 틈을 타서 가속 페달에 힘을 실었다. i3 120Ah는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즉답성으로 7초 초반의 제로백을 기록했다.
이어 구리포천간 고속국도를 잡았다. 굴곡이 심한 강변북로와 연결 도로를 시속 90㎞ 로 돌았다. 이 구간에서 i3 120Ah는 후륜구동 차량에서 나타나는 오버스티어링 현상 없이 4륜구동처럼 정교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보여줬다.
기존 BMW의 차량 기술이 i3 120Ah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는 뜻이다.
구리포천간 고속국도는 평소 차량이 드물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자 i3 120Ah는 5초만에 시속 152㎞에 도달한다. 계기판 속도는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주행 중 운전대 왼쪽 버튼을 눌러 크루즈 컨트롤(정속주행)을 설정했다. i3 120Ah의 크루즈컨트롤은 140㎞/h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앞차와의 간격을 4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최근 BMW의 신차에 실리고 있는 자율기능은 i3 120Ah에는 없다.
i3 120Ah는 컴포트, 에코프로, 에코 프로 플러스 등의 주행 모드를 지녔다. 전기차 특성상 모든 주행 모드에서 풍음, 주행 소음 조용. 엔진음 등이 모두 정숙하고, 타이어 편평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승차감과 한 주행질감도 탁월하다.
i3 120Ah는 태릉과 동부간선도로, 강변북로를 통해 합정동 양화진 성지에 도착했다.
칼럼시프트 위쪽에 있는 주차 버튼을 누르고, 센터페시아 주차브레이크와 전자식 엔진브레이크까지 작동했다. i3 120Ah는 주차브레이크를 안하면 ‘딩딩딩’ 경고음을 낸다.
i3 120Ah의 꼼꼼히 살폈다.
인테리어는 트렌드에 맞게 단순미를 살렸고, 목재와 가죽, 합성수지 등을 적절히 적용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인 고급감을 살렸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부품 수가 적어, i3 120Ah의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광활한 대시보드와 모니터 아래 수납함, 위로 열리는 조수석 콘솔함, 커다란 도어 포켓 등은 상대적으로 좁은 트렁크의 기능을 대신한다.
BMW의 모든 모델에는 런플랫타이어가 탑재되고 있어 스페어타이어는 없다. 이로 인해 트렁크의 스페어 타이어 적재함은 알루미늄 판으로 고정됐고, 그 아래 배터리가 있다. i3 120Ah의 2열은 접히지 않는다.
프렁크(엔진룸 공간으로 프론트와 트렁크의 합성어)에는 충전 키트와 타이어 공기압 보충기가 있다. 중앙 콘솔함은 없고, 팔걸이 아래에 충전 기능이 있는 휴대폰 수납함이 자리한다.
헤드라이트 등 각종 차량 조작 버튼은 운전대 왼쪽 아래 부분에 집중됐으며, 센터페시아에 있는 커다란 조그셔틀로는 내비게이션 등 차량 기능을 대부분 조작할 수 있다.
i3 120Ah의 실내 개방감이 우수하며, 천정의 선루프 가리개가 운전석과 조수석으로 나눠져 탑승객 취향에 따라 개폐 가능하다.
120Ah 용량의 신형 배터리는 완충으로 248㎞를 달릴 수 있다. 이번 146㎞ 주행 후 배터리 잔량이 56.5%(144㎞인 주행 가능) 점을 고려하면, i3 120Ah의 연비가 공식 연비보다 높다. 시승 중 급가속과 시속 100㎞ 이상으로 주행 구간이 많아서 이다.
i3 120Ah의 공식 연비는 자동변속기(CVT)와 조합으로 5.6㎞/㎾h이며, 배터리의 에너지용량 37.9㎾h, 모터 최대출력은 125㎾, 모터 최대토크는 250Nm이다.
옥에도 티는 있는 법.
4인승 i3 120Ah의 단점은 1열 도어를 열지 않고 2열 도어를 열 수 없다는 것이다. i3 120Ah는 B필러가 없고, 2열 도어 위에 1열 도어가 올라간 구조라 평상시나 유사시에 항상 1열 도어를 열어야 2열에 앉거나 내릴 수 있다.
i3 120Ah의 휠베이스는 2570㎜로 2열 레그룸이 넉넉해 키 180㎝ 이상인 탑승객도 장거리 여행에 큰 불편이 없지만, 전고가 1600㎜인 점은 다소 아쉽다.
i3 120Ah의 가격은 LUX 6000만원, SOL+ 6560만원이다. 고객이 정부(800만원)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 중후반 가격으로 i3 120Ah를 구입할 수 있으며, BMW는 8년 혹은 주행거리 10만㎞까지 배터리 품질을 보증한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강화된 배터리 성능, 신규 색상 추가 등 상품성을 개선했지만, i3 120Ah의 가격은 종전 모델과 동일하게 책정해 국내 전기차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