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거장 피카소의 예술세계로의 초대...천천히 그의 생애 돌아보기
역대급 거장 피카소의 예술세계로의 초대...천천히 그의 생애 돌아보기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05.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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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의 일대기와 맞물린 그의 작품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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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앙레팽의 풍경. 독특하고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확 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회고전이 지난 1일부터 8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 중이다. 비채아트뮤지엄에서 주관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스페인대사관에서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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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줄을 서서 봐야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의 걸작 110여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피카소 진품 명화전으로 피카소의 진품을 가까이서 느끼고 오랫동안 지켜보며 감상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됐다.

서양미술의 역사를 바꾼 입체주의 탄생에서 70년 만에 소개되는 '한국에서의 학살' 그리고 말년의 작품까지 70년에 걸쳐 펼쳐진 그의 예술의 흐름을 연대기적 테마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서양미술사의 독보적 예술가인 피카소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그의 생애와 일생, 신화로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껴보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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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 테레즈의 초상. 피카소는 그때 그때마다 곁에 있던 여성들을 모티브로 많은 예술작을 남겼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1881년에 태어난 피카소는 1907년 파리 몽마르트의 작업실에서 '아비뇽의 처녀들'을 제작했다. 입체주의의 시작을 알린 이 작품은 르네상스 이래 서양미술 400년의 전통을 무너뜨리며 회화 역사의 대혁명을 일으켰다. 20세기는 피카소를 위한 시대였고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삶과 예술을 전체적으로 조명했다. 

피카소의 예술은 여인들 없이 논할 수 없을 만치 여성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특히 그의 첫 번째 연인이었던 페르낭드 올리비에가 '아비뇽의 처녀들'의 모델이 됐고, 피카소의 창작의 주요 시기마다 등장하는 여인, 여인과 더불어 변화하는 화풍은 피카소의 예술에서 여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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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과 프로필. 이목구비를 개성 넘치게 표현한 피카소.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곡선을 충분히 살리면서 코와 눈 등 신체의 일부를 독특하게 그려낸 것을 보면서 그가 여성을 작품으로 탄생시키기까지 여인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얼마큼 많이 해왔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피카소의 청년시기는 입체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입체주의는 세잔적 입체주의, 분석적 입체주의, 종합적 입체주의로 변화해 간다. '인물이 누워있는 누드'가 초기 세잔풍의 입체주의 작품이라면 '만돌린을 든 남자'는 분석적 입체주의를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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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를 든 손 장식의 원형 꽃병. 회화인지 도예작인지 구분이 모호한 작품. 그의 도예세계에는 이 모호함이 있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작가들은 많이 위축됐고 입체주의에 대한 모험이 막을 내렸다. 스페인 국적으로 징집을 면한 피카소는 1916년 장 콕도와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만난 올가 코를로바라는 무용수와 결혼하게 된다. 그의 화풍은 그 때부터 조금씩 변화하는데, 입체주의 선구자에서 전통회화로 복귀해 고전주의적인 화풍을 보여주는 의아한 변화이기도 했다.

'편지읽기'는 고전주의의 대표적 작품으로 두 남자의 우정어린 관계를 보여주며 얼굴은 둘을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 때의 그림 중 다수는 인물의 모습을 개성화 하지 않았다. 정형화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피에로 복장을 한 폴'은 피카소의 첫 아들 폴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주앙레팽의 풍경은 특히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풍경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적절한 색깔 배합과 집과 나무 등을 개성 넘치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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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 해안. 색채가 돋보이며 해안을 개성 넘치게 표현한 작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볼라르 시리즈는 1930년부터 1937년까지 피카소가 조각한 동판을 인쇄한 100여점의 작품으로 이뤄져있다. 작품을 주문한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이름을 따 볼라르 연작, 볼라르 시리즈라 불린다. 이 시기는 피카소의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1932년 열린 피카소의 첫 번째 대규모 회고전에서는 피카소의 새로운 뮤즈가 돼 작품 활동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준 마리 테레즈 발테르와의 만남 이후에 제작된 작품들을 보여줬다. 모든 동판화에는 날짜가 적혀있어 그가 일기를 써내려가듯 작품 활동을 했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누드를 주로 표현했고 특히 사랑하는 여인인 마리 테레즈를 그린 작품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946년 작은 도예 마을인 발로리스에 들렀다가 조르주 라미에와 수잔 라미에 부부를 만났고 그들의 영향으로 도예의 길에도 들어서게 됐다. 도자기는 조각도 아니고 회화도 아니지만 조각인 동시에 회화이기도 해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특권 계층뿐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예술적 유토피아와도 같다.

그는 조각가로서 자만심을 갖고 그것을 작품에 투영한 작품들과는 달리 순수성을 강조했다. '물고기를 든 손 장식의 원형 꽃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회화와 도예의 제대로 된 만남이었다. '망사를 두른 여인의 두상'은 얼굴의 모형을 조각해놓고 그 위에 회화적으로 얼굴을 그리고 덧칠한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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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의 학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을 피카소가 그렸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진작에 국내 반입을 시도했지만 이제야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1951년 피카소는 '한국에서의 학살'을 완성한다. 당시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벌어진 한국 전쟁을 소재로 그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불안한 평화의 시대를 표현한 역대급 대작인 '전쟁과 평화'와 묘하게 맞물린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을 통해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와 '시체구덩이'라는 작품과 더불어 피카소의 반전예술 3대 걸작으로 꼽힌다. 폭이 2m에 달하는 이 작품은 과거에 국공립미술관이 국내 반입을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 발표 후 70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피카소가 남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파리를 떠나 지중해 연안의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작업하던 피카소는 자클린을 만나 마지막 열정을 장식했다. 입체주의의 혁명으로 서양미술의 전통을 파괴했던 그가 말년에 다시 전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역사와 화해를 청한 시기이다. '칸느 해안'은 칸느의 빌라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평화로운 도시와 해변 풍경을 미술사의 전통을 상기시키며 과거와 현재를 회상하는 굵직한 대형작품이다. 

코로나19 이후 이 정도로 줄을 서서 관람을 한 전시회는 처음 접했다. 피카소의 열기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코로나19의 걱정, 근심이 완전히 사라진 기분이었다. 예술가 답게 사랑과 여행이 작품에서 빠지지 않았던 그의 작품으로 한 사람의 생애, 내면 세계를 표현했음을 직감했으며, 위대한 한 인물의 주옥같은 인생 여정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내부 벽이 짙은 파란색으로 처리돼 있어 차분하면서도 감성적으로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와중에도 피카소의 작품은 살아서 움직이는 듯해 하나하나 꼼꼼이 살펴보는 것이 가능했다.

거리두기가 비교적 잘 지켜져 코로나19만 아니라면 여러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는 또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임이 분명했다. 미술 거장 피카소의 내면 여행을 하고 싶다면 그 여행을 제대로 책임져 줄 파블로 피카소의 회고전에 방문하는 것도 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초 여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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