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치하 첫날, 달라진 분위기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치하 첫날, 달라진 분위기의 아프가니스탄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09.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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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불태우는 등 탈레반에게 자극될 만한 것들 다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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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반의 횡포로 아프가니스탄은 웃는 사람이 사라졌을 정도로 자유를 빼앗긴 도시가 돼 버렸다. (사진=연합뉴스)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거리에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여자가 사라졌다. 

현지시간 8월 30일 밤 11시 59분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탈레반은 축포를 터뜨리며 아프간 국민과 승리를 함께 한다고 말했지만 도시 전역은 공포의 분위기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31일 완전한 탈레반 치하에 놓이게 된 아프간에서 평소와 달라진 하루를 보내기 시작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아리파 아마디는 이날 아침 청바지 등 탈레반에게 자극이 될만한 옷들을 전부 불태웠다. 

그는 "오빠가 나가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사다 줬다"며 "난 울면서 청바지를 태웠고 동시에 희망도 같이 불태웠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지난 20년 동안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부 아래서 교육과 고용 등에 있어 일상에 자유를 누렸던 세대이다. 

그는 노력 끝에 파라에 있는 세관 사무소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으나 3주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유는 탈레반이 여성 상당수를 일자리에서 떠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긴 수염을 한 남성이 대신 그 자리에 앉아있다. 

아마디는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카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네사르 카리미(가명)는 탈레반 치하의 첫날 아침을 은행 입구에서 시작했다. 

은행에 간 시각이 아침 6시 정도였는데 이미 대기 줄이 너무 길었고 12시까지 기다렸지만, 은행에서 돈이 떨어졌다며 인출기를 닫아버렸다. 

탈레반은 지난 28일 은행 영업 재개를 명령했으나 1인당 출금을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그는 "수백 명이 있는 가운데 탈레반은 막대기로 사람들을 때리기도 했다"면서 "결국 빈손으로 집에 왔다"고 말했다. 

화려했던 수도의 풍경은 탈레반의 그늘에 가려져 그 치하의 금욕적인 분위기에 맞춰져 가고 있다. 

카리미는 아프간에서 카불이 가장 자유분방한 도시였다고도 전했다. 

탈레반은 1기 통치(1996년~2001년) 때와는 달리 유화적인 면모를 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지방 경찰청장을 처형하거나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 등의 행태가 전해지면서 탈레반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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