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 보이지만 무거운 작품들을 탄생 시키는 현대 사진술
가벼워 보이지만 무거운 작품들을 탄생 시키는 현대 사진술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10.02 09: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
▲ 젊은이들을 이와 같은 개성 있는 연출로 만든 작품이 몇 작품 있었다. 주는 메시지가 왠지 강렬했고 그들의 내면의 외침이 사진을 통해 흘러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사진을 찍는 일은 어쩌면 매우 가벼운 일에 불과할 수 있다. 셔터 한번 누르는 이 행위를 매우 가볍게 보려 한다면 가볍게 볼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타인이 내게 보내는 관심은 결코 멀찍이 서서 눈으로만 즐기는 풍경 같은 것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사진 찍는 일은 멀찍이 서서 눈으로 풍경을 즐기듯 그냥 쉬운 행위에 불과할 수 있지만 사진을 예술로 보는 사람들은 이 행위가 결코 가볍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가벼운 사진술 같지만 셔터를 누르는 이 가벼운 행위, 사진을 가지고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들의 손놀림 등은 점차 무거운 사진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Super-fine: 가벼운 사진술 전시회가 광화문역과 근접한 일민미술관에서 1일부터 내달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내외방송에서는 지난 1일 이곳을 찾아 9명 작가의 (그들에겐)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무거운, 무게있는 사진 작품들을 만나봤다. 

이번 전시회에는 구기정, 김경태, 기슬기, 더 카피 트래블러스, 오가영, 이강혁, 정연두, 정희승, 최용준 등 9팀의 작가가 작품활동을 했고 이들의 활동을 통해 동시대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피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스냅사진, 포토콜라주, 사진을 생산 수단으로 삼는 무빙이미지와 설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식으로 사진의 관습과 한계에 도전했다. 그 결과 이미지에는 규격과 부피, 표면의 감각, 자본과 노동이 집약된 수고로움, 극단적 디테일, 해상도의 압력, 시간성 등이 남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강혁의 스네이트풀 연작 등은 참신했다. 젊은 남녀 주인공들을 출연시켜 개성 강한 그들의 내면에서의 외침 등을 들을 수 있었던 작품들이 몇 작품 있었다. 

▲ .
▲ 대단한 사진술이다. 정형화된 사진처럼 그대로의 모습만을 담아내려는 게 아니라 작은 스케일의 이미지 조각들을 모아 서로 붙여 만든 개성있는 작품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최용준의 올림픽 수영장이라는 작품은 매우 이색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수영을 좋아하는 기자의 눈에 유독이 띄었을지 모르지만 이 작가는 평소 위성 뷰 등을 통해 도시의 경관을 새롭게 탐색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한다. 3D 모델링 기술 등으로 고도나 앵글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도시 지형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작품 역시 정형화된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카메라에 담아내려는 시도보다는 작은 스케일의 이미지 조각들을 모아놓은 듯 하다. 

정희승의 붓다 페이스도 눈길을 끌었다. 복사기의 사진을 복사한 이미지, 3D 프린터가 구축해 출력한 사물 이미지 등으로 구성된 연작이다. 이 연작은 손쉽게 복제가능한 재현 상태를 정교하게 반복 촬영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미세한 차이로 변주된 물리적 원본이다. 

▲ .
▲ 더카피트래블러스 작품. 여러 물체를 겹치게 해서 복사기로 뽑아내고 또 뽑아낸 시차를 느낄 수 있는 작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 .
▲ 더카피트래블러스 작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더 카피 트래블러스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특히 커다란 돌고래가 포인트가 되는 듯 했다. 복사기 평판 스캐너에 각종 재료를 올리고 서로 겹치거나 쌓아 만든 일시적인 상황을 스캔, 출력해 완성했다. 효과적 이미지 생산을 위해 적절히 재료를 흔들거나 옮기는 등의 기법도 사용했다. 

▲ .
▲ 정연두의 식스 포인츠. 수천장의 정지 이미지를 찍어 붙인 이 작품은 실로 경이로웠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정연두의 식스 포인츠도 눈길을 끌었다. 뉴욕의 이민자 타운을 찍은 작품으로 수천장의 정지 이미지를 찍어 붙여 이를 연속해 펼쳐지는 파노라마로 편집한 것이다. 

작가들이 작업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표정과 빠른 손놀림을 통해 열정과 놀라운 집중력, 집념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으로 따지면 이러한 작업들을 현대 음악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은 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우리 손에 들어온 기계 등을 통해서 다양화, 특별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재탄생되는 흔치 않은 사진 작품들을 보면서 젊은 마인드에서 오는 참신함, 도전정신 등을 엿볼 수 있어 새로웠던 전시회였다. 


관심기사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