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하지 않았다면 볼 수 조차 없었을 귀한 작품을 무료로 감상
직접 가서 보길 권유한다...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전시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을 지난 21일 내외방송에서 다녀왔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 7월 21일부터 오는 2022년 3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들을 처음 공개하는 전시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모든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한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자 마련된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이래 한국미술사 정립을 위해 작품 수집을 꾸준히 해왔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으로 1만점이 넘게 됐다.
이건희 컬렉션 1488점 중에는 한국 작가 작품 1369점, 해외 작가 작품 119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였는데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주축으로 크게 세개의 주제로 나눴다. 이번에 전시된 50여개의 작품들 외에 향후에도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라는 안내도 돼있었다.
첫 번째는 수용과 변화다.
일제 강점기에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서 서구의 유화가 등장했고,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백남순의 '낙원'을 시작으로 이상범의 '무릉도원'이 눈길을 끈다. 이 시기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김은호의 간성도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인데 이는 한가로이 마작을 하며 그날의 운수를 점치고 있는 기녀로 추정되는 인물의 그림이다.
두 번째는 개성의 발현이다.
광복 후 한국전쟁 중에서도 작가들은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개성의 발현'.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작가들의 화려한 작품이 공간을 번쩍번쩍 광이 나게 만든다.
이중섭의 흰소와 황소가 역시나 눈길을 끌었다. '쇠심줄'이라는 단어가 있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힘으로 똘똘 뭉친 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것을 그림으로 잘 표현해냈고, 그림 속에서 소가 뛰쳐나올 것 같은 느낌도 줬다. 황소는 이중섭이 그리고 대중이 가장 애호했던 작품 중 하나다. 이를 실제로 보다니 실로 경이로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김환기의 커다란 작품인 '여인들과 항아리'도 인상적이었다.
눈길을 끄는 한 부분이 존재하거나 딱 봐도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섹션이었다.
세 번째는 정착과 모색이다.
전쟁 후 복구 시기에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정착해 차츰 자신만의 색깔을 모색한다.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 박생광의 '무녀' 등을 통해 조금 더 현대적인 표현, 작가의 안정적인 작품 세계 등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 이렇게 기증하지 않았다면 만나볼 수 조차 없을 고가의 작품들을 나라에 기증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선사한 것이나 다름 없다. 개성 넘치는, 여러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직접 가서 만나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