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이화정 아나운서) 평범했던 일상생활을 전부 바꿔버린 코로나19가 ‘어버이날’ 풍경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8일 정부는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들에게 요양시설 ‘면회 자제’를 당부했다. 지난 1956년 처음 어버이날이 지정된 이후 자식들이 마음대로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한 것은 45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요양시설내 집단감염 사례들이 발생했던 것이 이 같은 고강도 방역책을 유지하게 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어버이날을 앞서 5일이었던 어린이날보다 더 신중하게 보는 이유는 요양병원 입실자 대부분이 코로나에 취약한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대구·경북 요양시설 관련 확진자는 대구 한사랑요양병원 128명, 대실요양병원 100명, 경국 봉화 푸른요양원 68명, 경산 서요양병원 66명 등 수백명에 이른다.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가운데 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발생한 확진자도 4명에 달한다.
요양시설은 외부출입이 많지 않은 폐쇄공간으로 확진자 1명으로부터 집단감염 발생률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감염자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치명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어버이날에도 요양시설 면회 자제를 당부한 것이다. 지금같은 시기에는 오히려 찾아뵙지 않는 것이 효도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비단 요양병원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무급 휴직중인 김씨는 가벼워진 지갑 탓에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드릴 어버이날 선물이 고민스럽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밀폐된 대중교통 안에서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도 머리가 무겁다.
또 어떤 부모님은 자식이 대중교통을 타고 장시간 이동해 자신을 만나러 오는 것을 한사코 말리고, 다른 부모님은 자식의 가벼울 지갑 걱정에 올해는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 정도만 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는 화훼농가도 눈물짓게 만들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팔린 카네이션은 17만 5639속인데, 올해엔 6만 1844속이 팔리는 데 그쳤다. 꽃 1속은 20송이를 뜻한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요양시설에 계시는 부모님을 면회하지 못 하고,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고민하고, 화훼 농가도 눈물짓는 풍경이다.
하지만 어버이를 향한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애틋할 것이다. 지금의 이런 답답함은 언젠간 지나갈 것이니, 영상통화나 전화통화를 통해 안부를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