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천국제공항공사이어야만 하는가?…기형적인 경제구조가 보여주는 사회 갈등의 단면
왜 인천국제공항공사이어야만 하는가?…기형적인 경제구조가 보여주는 사회 갈등의 단면
  • 박용식 기자
  • 승인 2020.06.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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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정규직 채용에 항의하는 '부러진 펜 운동' (인스타그램 캡처)
인천공항 정규직 채용에 항의하는 '부러진 펜 운동' (인스타그램 캡처)

(내외방송=박용식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직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자 취업준비생들이 채용 공정성 시비나 청년 일자리 감소 등 나름의 이유를 갖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발하고 나선 일명 ‘인국공’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양상이 조금 이상하다. 왜 유독 인국공에 집착하는 것일까? 물론,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지는 상징성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초 공사를 방문해 이를 언급했을 때만 해도 국민적인 기대는 상상 이상이었다.

문 대통령의 약속 이후 3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가짜 뉴스에 취준생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임남수 인천공항 부사장은 역차별 논란이 일자 “공항에는 7만 7천개의 일자리가 있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59개의 아웃소싱 패키지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도 신규 채용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2일 발표한 '2020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에는 인국공이 선정될 정도로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신입사원 초봉은 지난해 기준 약 4400만원으로 공기업 중에서도 상위에 속해 대졸 공개채용 경쟁이 치열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에 동의한 인원은 27일 기준 25만명이 넘었고, 이에 앞서 청와대는 인국공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일이며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6일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인국공 사태를 언급하면서 “좀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 정규직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 월급 최저시급’이란 제목의 청원에도 1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취준생들은 정부가 자세한 설명 없이 “청년 일자리 뺏기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반면, 이런 비판이 일부 명문대생들의 특권의식에서 비롯했다는 시각도 있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인건비 총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직원 월급 등을 주는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용받는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해도 총액인건비가 그에 비례해 늘기 어려우니 신규채용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취준생들의 전망이다.

27일 55만명 이상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공준모)의 인국공 문제 토론방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쟁점화하면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이슈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청년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IMF 당시 양산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저임금으로 대변되는 일자리 양극화도 한몫했다. 정부부처 공무원을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과 공기업 직원들의 높은 임금과 성과급 등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젊은 취업계층에게 ‘공시족’이라는 기형적인 환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숙련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법적인 체계 내에서 보호되지 못하면 사회적 불안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임금격차 등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번 사태는 또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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