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오랜만에 떠나온 여행지에서 신난 모습의 관람객들 모습도 인상적
간접 여행으로 최고인 전시회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몸은 찌뿌둥하고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오고 싶은 시국에 제대로 기분을 낼 수 있는 전시회가 있으니 지난 6월 23일부터 오는 12월 5일까지 종로구에 위치한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열리고 있는 '요시고 사진전'이다.
이에 내외방송은 지난 28일 이번 전시회를 찾아 여행지 느낌이 물씬 나는 귀한 사진들을 감상해보고 카메라에 담았다.
코로나 시국인 데다 '여행'이라는 테마는 누구에게나 희망, 꿈의 실현, 모험심 자극 등 끝없이 펼쳐지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최대의 수단 중 하나로서 수많은 전시회가 여행이라는 테마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회의 차별성은 전부 사진으로만 돼있고, 정말 여행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광경, 여행하면서 눈에 띌만한, 눈에 담고 싶은 그런 것들을 모아놓다 보니 여행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필름 카메라와 만나는 사람에게 인물보다 풍경을 먼저 찍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한 그의 의도 역시 이런 여행 느낌이 나도록 충분히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된다.
사막 현지 연출을 위해 직접 모래를 바닥에 뿌려놓는 등 이러한 세트장 설치는 다른 전시회 때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것만이 대단한 게 아닌 양념 같은 요소로 작용하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요시고는 아날로그 낭만을 사랑하는 작가라고 한다. 역시나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그가 옆에 없지만 그의 작품 전시회를 보면서 그와 동행하는 기분을 시간 내내 느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는 초입 영상에서 자신의 전시회 세트장을 꿰뚫고 있으며 많은 심혈을 기울였고, 이번 한국 전시회를 매우 의미 있는, 의미 있도록 만들고자 열망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빛은 온종일 지루하게만 보였던 건물도 좋은 빛을 만나면 달라지게 만들고, 신비로운 느낌의 빛에 둘러싸인 건물을 보고 매료돼 다시 그곳을 찾았지만 그때 그 느낌이 들지 않았더라는 그의 빛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보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공감할 수 있었다.
빛과 선과 그림자를 이용한 멋진 건물들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건물들은 신기한 구조로 돼있고 요시고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적용해 사진에 담아냈다.
미국을 주제로 한 섹션에서부터는 정말 여행하는, 신나는 광경이 펼쳐졌다. 전시장 밖에서 들어오는 빛 광선이 작품을 더욱 색다르게 보이도록 했다.
부다페스트의 스파 사진을 보면서 문득 이런 날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스친 건 왜일까. 과거의 한 때를 보면서, 과거 모습이지만 충분히 현재처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사진에 고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두바이 사막 여행지로 갔을 때는 정말 끝도 없는 사막 사진들이 펼쳐져 있고 바닥에는 모래로 가득했다. 그 모래를 밟으며 사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그런지 바닷가 모래사장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막 사진은 정말 멋졌다. 여행은 내가 가본듯한 곳에도 많이 가지만 보기 힘든, 희귀한 광경을 보았을 때 더욱 값지다. 사막이라는 곳에 여행을 하는듯한 진풍경이 벌어져 뿌듯했다.
일본 섹션은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림 속 창가에서 나오는 빛이 실제 빛인 듯 느껴지기도 했다. 사진으로 직접 담으면 그 빛의 느낌이 줄어들어 안타까웠다. 가까이 근접해 있는 나라라 쉽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는데 그 풍경이 낯설지만 친근했고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마냥 예쁘고 즐길 거리들만 화려하게 눈 앞에 펼쳐지다가 환경 오염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됐다.
고향을 떠나 바르셀로나에 정착하려 했지만 그곳에 있던 강물은 엄청 오염돼있었고 주민들은 무관심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산업 단지들, 현대화 되는 과정에 오염된 쓰레기 등이 가득했다.
작가는 1년 반 동안 사람들을 만나며 촬영했고 리우 아발 프로젝트의 사진 자료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그 책에 담긴 사진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3층에 자리를 마련해놨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촬영하고 그 곳의 실랄한 현장의 실태, 적응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그곳을 가본 듯 했다.
어떤 곳은 화려하고 높게 더 높게 발전하지만 어떤 곳은 소리 없이 쓰레기장이 돼간다. 그것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이 모든 상황이 안타까웠다.
4층은 물결의 향연이었다. 산 세바스티안의 외로움과 노스텔지어 섹션에서는 바다에서 헤엄치고 해변가에서 태양을 즐기는 온갖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곳곳에 장식돼 있었다. 마치 실외 수영장에라도 온 기분이었다. 사막, 두바이에 이어 전시회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있는 곳이었다. 4층은 탁 트여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기자가 '유미의 세포들'을 취재하기 위해 그라운드 시소 서촌을 첫 번째 방문했을 때도 이곳은 종합적이면서도 특별한 느낌을 주는 현장감 있는 곳이었다. 작품은 바뀌었지만 그 느낌이 여전했다.
그냥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여행하고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던 전시회, 많이 카메라에 담아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아름다운 전시회가 서울 한복판에 있다.
장기 코로나로 지쳐있는 몸과 마음, 이곳에 와서 달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