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 일본놀이 유래 놓고 설왕설래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 일본놀이 유래 놓고 설왕설래
  • 진승백 기자
  • 승인 2020.05.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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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 놀이로부터 시작됐다는 의혹을 놓고 교육부와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각각 KBS, 연합뉴스)
▲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 놀이로부터 시작됐다는 의혹을 놓고 교육부와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각각 KBS, 연합뉴스)

(내외방송=진승백 기자)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놀이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왜 왔니’는 둘로 편을 나눠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로 노래를 주고받으며 밀고 밀리는 것을 즐기는 놀이다. 한 줄로 어깨동무하며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다 호명한 어린이를 뺏고 뺏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학계 일각에선 이 놀이가 일본의 놀이노래 ‘하나이치몬메’(花一もんめ)와 유사하며, ‘꽃’이 위안부를 가리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위안부 모집을 위해 일제가 식민지 아동에게 의도적으로 노래를 유포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교육부는 해당 노래가 교과서에 실려도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조사에 나섰다.

13일 교육부는 용역을 의뢰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 정책연구포털인 ‘온-나라 프리즘(PRISM)’에 따르면 사단법인 한국민속학회는 최근 교육부가 요청한 ‘초등 교과서 전래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 결과 해당 전통놀이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장장식 길문화연구소 소장 등 연구진은 “일부 학자들이 제기하는 ‘꽃’을 일본 유곽의 위안부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일본 학자의 논지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누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유포해야 하는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대다수 일본 학자들은 매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집에 왜 왔니’는 기존 조선의 전통놀이인 ‘남대문놀이’, ‘절구세’, ‘청어엮기’ 등과 형태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우리의 전통적 놀이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나이치몬메’ 유래설에 대해서 연구진은 “문헌을 확인한 결과 1930년대 후반 이후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식 측면에서 같지만 선율이나 가사의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전통놀이로 교과서에 기재된 것들 가운데 일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우리 집에 왜 왔니’를 포함 총 10개의 전통놀이 유래를 살펴봤는데, 이 중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일본 놀이노래 ‘키쓰네상(きつねさん, 여우씨)’의 영향을 받았다고 봤다. ‘쎄쎄쎼’, ‘고무줄놀이’ 등도 한국전통적인 음률과 박자가 아닌 일본 민요의 특징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놀이명이나 가사에서 일본의 영향이라고 논란이 되고 있는 놀이의 경우에는 명칭을 바꾸거나 전래놀이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제성이 드러난 놀이노래의 경우 우리의 민요나 창작동요를 적극 도입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교과서 수록 전체 놀이를 전수 조사하고 이를 대상으로 기원,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21일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가 한국의 전통놀이라는 교육부 정책연구 결과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은 이날 세종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교육부가 한국민속학회에 용역을 줘 수행한 ‘초등교과서 전래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우리 전통놀이라고 밝힌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임 관장은 용역에서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우리 전통놀이이며, 세계적인 보편적 놀이라고 했으나 일본의 놀이노래 ‘하나이치몬메’(花一もんめ)에서 유래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둘 다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꽃으로 비유해 사고 파는 행위를 하는 점과 놀이를 문답 형태로 주고받으며,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명을 데려가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놀이가 우리나라 영덕군과 영일만 일대에서 전래한 민속 ‘월월이 청청’ 중 ‘절구세’ 놀이에서 유래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놀이 대상과 시간대, 방식, 놀이말 등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 관장은 “일본의 놀이학자들이 한국민속학회에서 자료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고 했으나, 민속학회는 그것을 모두 묵살하고 일본 교수를 만나지 못했다거나 자료가 없다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고서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 놀이라고 증언한 일본 놀이학자들의 영상과 음성녹음, 책자 등을 그 증거로 공개했다.

또 그는 “허술하게 보고서를 낸 것은 그대로 둘 일이 아니고 교육부에서도 부끄러운 놀이를 한시바삐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며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정리해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보고 참고할 수 있도록 책으로 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집에 왜 왔니’는 교과서에도 실리는 전통놀이다. 우리나라 미래를 이끄는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학계의 면밀한 연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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