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한병호 기자) 지난 6월 4일 김여정발 담화로 시작된 남북 긴장관계가 23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계획 이행 보류를 거쳐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 사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 등을 만나 한미 워킹그룹 운영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남북 긴장관계에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폭로까지 더해지면서 서울과 워싱턴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강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이 본부장의 방미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유화적이라고 비판했던 비건 부장관이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북한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29일 독일 마셜 기금이 주최한 화상 브뤼셀 포럼에 참석해 새로운 북․미 정상회담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코로나19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은 어렵지만,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북 협상대표로서 공개 대화 제의를 한 셈이다.
이어 “북한과 합의를 이루는 건 우리뿐 아니라 북한에도 달려있다”며, “북한이 협상에 참여하면 우리는 아주 빨리 진전을 이룰 수 있고, 우리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한․미 양국은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7월 초순 방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미국 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직접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2~3일 일정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날 외교부는 최근 보건당국과 비건 부장관과 그 일행에 대한 코로나19의 자가격리 면제절차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외국 정상급 또는 장․차관급 고위 인사에 한해 이 같은 규정을 모두 면제하는 내규를 마련했다고 한다.
방한이 최종 성사되면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16~17일 이후 6개월만에 한국을 찾는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때마다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방한 때도 북한과의 대화를 공개 제안을 한 바 있지만, 당시 북한은 끝내 호응하지 않았다.
비건 부장관 방한에 앞서 이 본부장은 6월 17~19일 방미해 북핵 수석대표간 협의를 하고 돌아왔다. 이때 비건 부장관의 방한 필요성이 논의됐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25 기념식에서 이수혁 주미대사에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비건 부장관에게 좀 더 구체화한 메시지를 직접 구두로 밝힐 가능성도 있다.
비건 부장관이 부장관과 대북특별대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어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 등 한․미 동맹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는 비건 부장관의 7월 초 방한 일정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정은 없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