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작품을 그린 화가...인생 담긴 거대한 전시 통해 받는 치유
가장 한국적인 작품을 그린 화가...인생 담긴 거대한 전시 통해 받는 치유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2.13 10: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실 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4개의 전시실에서 작가 박수근의 인생과 혼이 담긴 짙은 농도의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그만의 인생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회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내외방송에서는 지난 10일 이번 박수근 개인전을 찾아 그의 삶의 발자취를 탐험해 봤다. 

이번 전시는 그가 19세 때부터 51세 타계할 때까지의 전 생애 작품과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실은 각각 박수근의 부인 김복순 여사, 소설가 박완서, 아들 박성남, 그를 지켜보면서 그를 인정해온 많은 사람 등의 시선에 따라 구성됐다. 그가 자주 찾았던 명동, 을지로까지 그의 발자취를 그대로 옮겨놨다. 

.
박수근이 수집한 미술 잡지.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박수근의 독학자료들은 대단했다. 그의 손떼 뭍은 자료들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부인과 주고 받은 편지도 인상적이다. 

그가 혼자서 자료들을 통해 독학해 화가가 되고자 강렬한 열망을 갖고 그린 수많은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주마등처럼 스쳐가도록 잔상에 남았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나뭇잎'과 같은 작품은 잎새 하나가 너무나 고독해보여 눈길을 끌었다. '맷돌질하는 여인'도 하루도 쉬지 못하고 그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수근은 12세 때 밀레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아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여건이 되지 않았고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격려로 독학의 길을 무난하게 들어설 수 있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화가를 꿈 꾸면서 농촌풍경과 일상을 담은 작품들을 많이 그렸다. 

작품에 많이 고뇌하고 자유스러우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을 그의 손떼 뭍은 작품이 마음에 감화를 일으켰다. 

그의 혼자서 노력했던 흔적을 문틈으로 들여다보듯 했고, 그의 인생 스케치는 그냥 스케치가 아니었다. 그의 인생은 땀과 어린 아이의 정감, 열정 그 자체였다. 

.
절구질하는 여인.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절구질하는 여인의 그림이 많이 보이는데 부인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섹션 '미군과 전람회'에서는 '나무와 두 여인'이 가장 명확하게 눈에 띄기도 했다. 

박완서 작가도 미군부대 PX의 기념품 가게에서 박수근과 함께 일했던 인연으로 박수근을 주인공으로 한 나목 소설을 쓰기도 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생계를 위해 미군부대에서 일했던 두 사람의 인연이 감동적이다. 

.
박수근 작가가 미군부대에서 일할 당시 미군 PX가 지금의 신세계백화점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당시 미군 PX가 지금의 신세계백화점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
'농악'. 초기 작품들은 큼직큼직하게 사람을 그려내는 과감함도 있지만 움직임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약간 소극적인 듯 한 부분이 있는데 그 또한 매력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독특했던 '농악', 나뭇가지들만 보였던 '꽃피는 시절'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꽃피는 시절'은 가지들만 무성하게 눈에 띄는 그림 속에서 잎이나 꽃을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다. 

.
작가의 표현 기법에 따라 눈에 띄는 가지들 사이 사이에 꽃잎들도 무성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박수근의 그림은 마치 창호지와 같은 질감을 낸다. 독특했다. 한국적 정서, 자신만의 확고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박수근은 미군부대에서 번 돈으로 창신동에 작은 기와집을 마련하고 그때부터 본격적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을 그렸고, 한영수라는 우리나라 사진예술의 선구자의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또 사진을 통해 박수근의 그림에 등장하는 당시 사람들을 현실로도 볼 수 있었다. 

'창신동 풍경' 등은 색채가 아름답게 표현돼 박수근의 작품 중에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연필과 색연필로 그린 '창신동 기와집'도 살아있는 그림처럼 입체적인 느낌을 받았다. 가족을 모델로 하는 그림도 많았다. 자신의 아들, 딸, 부인까지. 

네 번째 섹션인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그의 사망 직전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고목'은 그의 작품답지 않게 매우 화려했다. 전형적 산수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산',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인 '산'이 기억에 깊이 남는다. 

박수근의 그림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반도화랑을 통해 외국인들과 만났던 사진 등도 전시돼 있었다. 

그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그렸던 박수근의 그림은 외국인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질감도 소재도 한국적이고 정겨운 주제를 담아낸 박수근은 가족에게 매우 자상한 가장이기도 했다.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소재들을 갖고 작품에 담아 그의 생애를 생생히 엿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회. 소박하고 차분한 소재가 많았으나 그는 외국에서도 인정을 많이 받고 있는 대단한 작가였다.

특별하면서도 혼자 구경하기에도 딱 좋은 박수근의 개인전. 중간중간 사진을 넣어 더욱 현실적이고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는 점들이 많았던 소중한 전시회를 추천하고 싶다. 

.
'화구'.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화구는 그의 보물 1호가 아니었을까.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관심기사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