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기도 거대하기도 한 '로버트 테리엔'의 작품들...열정을 담은 크기는 다 똑같아
소박하기도 거대하기도 한 '로버트 테리엔'의 작품들...열정을 담은 크기는 다 똑같아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4.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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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터에 달하는 테이블과 의자 조형물...포토존으로 인기 만점
소박한 그림 작품들도 눈길 끌어...일상을 소재로 삼아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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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터에 달하는 테이블과 접이식 의자.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크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도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 좋다. 많은 사람과 더불어 열기를 함께 공유하며 즐기는 그런 전시회도 좋지만 소박하면서 묵상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그런 전시회도 은근히 매력있다. 

대부분 큰 전시회는 교통도 편리하고 찾아가기 쉽다. 그렇다고 꼭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인생이 그렇듯이 조금 울퉁불퉁한 길, 찾기 어려운 길을 한참 헤매여도 오아시스 같은 단비를 만나면 금세 얼굴엔 미소가 흐르게 된다.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인 로버트 테리엔(Robert therrien)의 개인전인 'at that time'을 열고 있다. 전시 기간은 12일부터 오는 5월 5일 어린이 날까지다. '내외방송'은 그의 작품세계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지난 20일 전시회를 다녀왔다. 

흥미로운 작품들이 있어서 어린이 날인 피날레 날에 과연 이곳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일지는 모르겠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다. 역시나 대표하는 작품 앞에서는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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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그림들도 편안한 일상을 보는 것 같아 느낌이 좋았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처음엔 소박한 그림들로 시작됐다. 예술 작품은 보통 자신만이 아는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어서 백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본인도 모르는 그만의 세계를 백프로 해석하기 위해 보는 게 아니라 얼마나 작가가 열띤 의지로 작품을 표현했는지 그 샘솟는 기운을 보고 싶어서 작품 감상을 한다. 

일상적인 작품으로 전시를 꾸몄지만 결코 일상적이지 않았다. 일상적인 것을 커다란 작품으로 빚어낸 그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접시를 쌓아놓은 그림을 보면서는 '설겆이'를 떠올리게 됐다. 쌓이고 또 쌓인 설거지 거리 같은 장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다. 허리에 차는 벨트를 엄청 크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서 '이 작가 스케일이 참 크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번 전시회를 보러 온 건 그의 한없이 큰 테이블과 의자 조형물을 보러 온 것이었다. 그것이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찾고 있다. 사람보다 훨씬 큰 테이블과 의자에 비교하면 이 커다란 벨트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번 전시의 자랑이자 별미인 3미터에 달하는 테이블과 의자가 눈 앞에 펼쳐졌을 땐 그에 압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어른들의 놀이터를 만들어놓은 듯도 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인증샷을 남겼다. 처음에는 너무 한적한 분위기의 전시회다 싶었더니 사람들이 다 그곳에 모여있었다. 

작품은 일상을 가지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그려냈다고 봐도 좋겠다.

의자에 꼭 앉아보고 싶기보다는 그저 작가의 작품의 일부가 된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하게 작품 속에 휩싸인 그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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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면 더욱 거대한 벨트.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성인 3명은 묶을 수 있을 법한 벨트, 그리고 인기 만점이었던 거대한 테이블과 의자. 이렇게 시원시원한 작품들을 남긴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에너지 넘치고 복스러웠다. 

지극히 일상을 재료로 삼았을 만큼 소박하고 다정다감한 면도 있는 것 같았다. 

신기한 나라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로버트 테리엔 개인전. 인증샷을 남기고 싶었지만 혼자 방문을 했던 터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전시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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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꼭 방문해서 아무때나 원한다고 해서 만나기 힘든 그 큰 조형물과의 조우, 무엇보다 인증샷을 찍어보길 추천한다. 낯선 전시장에 들어서자 곧바로 친근한 전시장으로 이미지가 뒤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완연한 봄날의 따스한 햇살. 그 햇살과 어울리는 조금은 가파른 길, 그 거친 숨소리 끝에 만나게 되는 가나아트센터라는 전시회장. 햇빛이 쏟아지는 것 만큼이나 열정적인 작가의 소박한 또 거대한 작품들을 만나 작게나마 힐링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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