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미진하다 느꼈지만 발전해 나갔던 고흐의 작품세계...끝내 경지에 오르기까지
스스로 미진하다 느꼈지만 발전해 나갔던 고흐의 작품세계...끝내 경지에 오르기까지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12.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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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지 못하고 힘든 어린 시절 보내...늘 그리고 싶었던 아름다운 이상향 꿈꿔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만난 경이로움
작품에 생명을 걸었던 고흐...끝내 그의 기준으로 경지에 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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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고흐의 자화상들로 시작된 미디어 아트. 온 벽면과 바닥까지 고흐의 그림들로 가득해 눈과 귀 호강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반 고흐의 일생을 공감하고 온갖 고통과 고난을 저항해 나아갔던 그의 거친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반 고흐 인사이드 더 씨어터가 지난 10월 15일부터 다음해 4월 30일까지 명동에 위치한 그라운드시소 명동에서 열리고 있다. 

내외방송에서는 지난 15일 고흐의 작품과 그의 일생 스토리텔링으로 꾸며진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찾아 화려한 색채와 그의 영감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른 전시회와는 다르게 이동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고, 영화 보듯이 바닥이든 의자든 편하게 앉아 장시간의 미디어 아트를 구경할 수 있는 조금은 특별했던 미디어 아트전이었다. 

제일 처음 주제였던 고흐의 '자화상'. 고흐의 자화상이 사방에서 나오기 시작하는데,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자화상들만 나열돼 있는데, 고흐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했지만 살면서 많이 봐온, 낮설지 않은 그림들을 보면서, 그 그림들이 내가 앉아있는 바닥에까지 미치는 것을 보면서 세계 최고 예술품의 중심에 서 있는 묘한 기분을 얻게 됐다. 

두번째는 '시작하는 발걸음'이라는 주제다. 고흐의 어린시절, 자라온 환경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미돼 있었다. 

고흐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아버지 때문에 신학을 공부했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삶 속에서 비집고 나올 수밖에 없는 감성, 재능, 천재성 등이 발휘된 인생을 살아냈다. 고난과 역경도 많았지만 그는 그의 인생 속에서 충분히 그림으로 끼와 열정을 다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고흐는 슬픔을 그림으로 이겨낸다. 고흐가 미술에 전념하면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농민이나 넝마주의를 그리는 것보다 더 단순한 일은 없어 보이지만 일상의 인물만큼 그리기 어려운 주제도 없다"는 말을 1885년에 남겼다.

그렇다. 눈에 띄는 형상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눈에 띄는 요소들을 주제로 삼아 살리면 되겠지만 제일 평범하디 평범한 것을 그리는 것은 "가장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말과 맞닿아 있는 듯도 하다. 

다음은 '색채로, 빛으로'라는 주제였다. 굴러가는 사과가 눈에 띄었고, 하늘을 향해 한없이 올라가는 꽃들이 눈에 즐거움을 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흐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풍경을 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으며 캔버스에 담은 적도 없었음을 암시한 글귀가 있었다. 바로 "언제쯤이면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였다. 

문이 열리면서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문을 통해 튀어나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물건이 둥둥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치 우주에 와있어 무중력을 느끼는 듯한 생각에 잠시 잠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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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해만 바라보며 자라는 해바라기는 고갱을 향한 고흐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다. 같아 보이는 해바라기지만 하나하나 다르게, 개성있게 그려낸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해바라기들 천국이 된 미디어 아트장은 너무 아름다웠다. 해만 바라보면서 자라는 해바라기는 마치 고흐의 고갱에 대한 마음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으로 연결됐다. 고흐는 고갱이 떠나가는 게 그렇게도 그의 인생에 결핍되는, 걸리는 일이었던 것 같다. 식음을 전폐하면서까지 작업에 최고로 매진하면서도 고갱과 다툴 때마다 고갱이 떠날까봐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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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낮잠'이라는 작품. 그림이 미디어 아트적으로 움직임에 따라 헤엄을 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우리 과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밀레의 그림을 좋아했던 고흐가 밀레의 작품을 자기방식으로 모사한 그림인 '낮잠'이라는 유명한 그림도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아트식으로 표현하다보니 마치 헤엄을 치는 듯한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고흐는 마침내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되는데 이는 '고갱' 때문이었다고 한다. 고흐와 고갱은 한때 한 지붕 아래 생활을 공유하는 관계였다. 그도 고흐의 동생 테오의 지원 덕분이었다. 그러나 성격 차이로 고흐와 고갱은 크게 다투게 되고 그런 이유로 고흐는 귀를 자르고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별이 빛나는 밤' 등 그가 병원에서 요양하던 중 그린 그림은 그제서야 자유를 찾은, 몽환적이고 세상에 달관한 경지에 오른 듯 했다. 그의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스스로 빠져든 것 같기도 하다. 

테오에게 보낸, 부치지 못한 편지글 내용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그는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였다.

자신이 선택한 삶, 자신의 작품이나 목표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살을 깎아내는 아픔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주변에도 더러 있다. 생명을 건다는 것이 바로 그런 건데 고흐는 특히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도 뛰어나며 특별히 예민한 성격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극단적인 광기로까지 치밀어 오른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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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이 마련됐다. 일어나서 모두들 셔터를 마음껏 누를 수 있는 시간.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전시가 끝나고는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마련해줬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특별히 콕콕 와닿았을 만한 그림들만 다시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줘 많은 사람들은 그 그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던 고흐는 그러다가 아름다움을 찾게 돼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그림을 탄생시키기까지, 그러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예술 여정은 늘 'ing'였음을 알게됐다. 무언가 미진한 것을 느꼈을 테지만 점점 발전은 해가는 그의 작품이 말해준다. 

한 예술가의 작품을 그대로 흠집하나 내지 않은 채 미디어 아트로 이렇게 꾸며낼 수 있다는 게 우리 과학의 성공에도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이해하고 예술 작품에 풍덩 빠져들어본 특이하고 뜻깊은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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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작품은 영혼을 울리는, 특이한 마법 같은 작품이 많다. 그림에 빠져들 것만 같은데 미디어 아트로 표현되니 더욱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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