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의 재등장인가? 뉴라이트, 태극기 극우 보수로 중심을 잃은 보수세력
매카시즘의 재등장인가? 뉴라이트, 태극기 극우 보수로 중심을 잃은 보수세력
  • 김준호 기자
  • 승인 2020.04.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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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가 보유했다는 “205명의 명단”은 허구였다. 상원이 소위원회를 소집해 진위를 확인했지만 매카시는 명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매카시가 반공주의의 전사로 떠오른 뒤였다.
매카시가 보유했다는 “205명의 명단”은 허구였다. 상원이 소위원회를 소집해 진위를 확인했지만 매카시는 명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매카시가 반공주의의 전사로 떠오른 뒤였다.

(내외방송=김준호 기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소련의 공산주의 확산을 경계하면서 소련이 미국을 추월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때 미국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것이 매카시즘이었다. 공화당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Joseph R. McCarthy) 상원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매카시즘은 명목상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공산주의를 색출하겠다는 주장에서 출발했지만, 사실은 아무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주장이나 고발을 비판하는 말이기도 하다.

합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이 집단적인 비이성상태에 빠지면서 중세에나 가능할 법한 마녀사냥이 20세기에 자행된 것이다. 실체가 없는 매카시즘은 공산당원 색출과정에서 어쩌다 실제 스파이가 걸려들면 좋은 것이고, 확률적으로 걸려들 가능성이 적다면 공산당원으로 몰아가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로 인해 미국 사회에서는 공산주의 반대를 뛰어넘어 공산주의 혐오에 가까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혼란을 겪게 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우리나라 정치지형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전후로 급변하게 된다. 물론, 2004년부터 시작된 뉴라이트 운동에서도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진영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해 일베식 막말과 낡은 매카시즘을 반복하다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기만 했다.

그 결과, 20대 총선부터 19대 대선, 2018년 지자체 선거, 21대 총선까지 네 번의 선거에서 계속 참패하며 궤멸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보수진영 내에서는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데, 보수가 10여년만에 폭망한 데에는 극우 보수의 출현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듯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청문회 당시의 매카시(오른쪽)
청문회 당시의 매카시(오른쪽)

매카시즘에 빠져든 미국 사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병대원으로 참전했다가 1946년 위스콘신주 초선 상원의원에 당선된 매카시는 1950년 2월 9일 서부 버지니아주 휠링에서 열린 공화당 여성당원회의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 도중 서류 한 뭉치를 꺼내 들더니 “나는 국무부가 공산주의자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내 손에는 그 205명의 명단이 있다”며, “이들은 지금도 소련을 위해 미국의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미국 행정부의 심장인 국무부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그의 발언은 미국 사회를 단숨에 혼란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미국 국민이 이상과 상식을 잃고 매카시의 선동에 휘둘린 까닭은 당시 공산주의의 두려움이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949년 소련이 원자폭탄실험에 성공해 소련과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었고, 중국 대륙도 모택동의 공산당이 장악해버렸다. 1950년 1월 미국에서는 원자폭탄 설계도를 소련에 넘겨 체포된 미국 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가 혐의를 시인한 데 이어 고위 공무원 출신 앨저 히스가 소련 간첩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는 등 잇따라 소련이 미국에 심은 스파이 사건이 터지고 있었다.

당시를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살펴보면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사회는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사회와 2차 대전을 겪은 후의 미국 사회는 달라졌으므로 당연히 사회는 재편돼야 했다. 하지만 재편을 막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쟁을 거치면서 도덕이 땅에 떨어진 데다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하자 여기에 익숙하지 못한 보수세력이 반공의 이름으로 결집해 사회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했다.

이러한 사회 변화와 맞물려 매카시 개인에게도 다급한 상황이 있었다.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매카시는 경력 위조, 명예훼손, 로비스트로부터의 금품수수, 음주 추태사건 등으로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었다. 그는 이 같은 충격적인 이슈를 터뜨리면서 난국을 돌파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고,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한반도에서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 그 여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끌려나오는 랄프 E. 크로넨웨터 시장.
끌려나오는 랄프 E. 크로넨웨터 시장.

전 방위적인 빨갱이 사냥

이것이 이른바 광풍처럼 미국 전역을 뒤흔든 매카시즘의 서막이었고, 이로써 4년여 동안 미국 전역에서 ‘빨갱이 사냥’이 시작됐다. 이날 연설을 신호탄으로 폭로와 고발이 잇따랐다. 다음날에도 비슷한 내용의 연설은 계속됐지만, 그 수가 57명으로 줄었을 뿐이었다. 공산주의자 색출작전은 대대적으로 시작돼 버렸다. 이 발언이 발단이 되어 미국은 수년 동안 이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었다.

매카시는 국무부의 진보적 성향을 띤 100여명에 대해 추방을 요구했으며, 많은 지도층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공격했다. 특히, 하원에 설치된 비미활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펼쳐졌는데, 비미활동위원회 청문회장에는 공산주의자로 의심을 받은 각계 인사가 줄줄이 소환됐다. 매카시가 상원 조사위원회장을 맡은 뒤로는 정․관계는 물론, 경제계, 시민단체, 노동계, 학계, 예술계, 심지어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감독에 이르기까지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문회에 불려 나와 공산주의자 사냥을 시작했다.

반대파 정치인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공격하는 것은 물론,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과 트루먼 대통령의 페어딜 등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정책까지 공산주의와 연관시켜 심판하기도 했다. 국무부는 물론 미국 행정부 전체, 기업과 사회단체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을 색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매카시는 소환된 인물들에게 "당신이나 당신 주변 인물들은 공산주의자인가?"와 "당신이 알고 있는 공산주의자나 공산당 동조자 인물을 대라" 등 2가지를 요구했다.

헐리우드 대표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도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말려 공산주의로 내몰렸으며, 결국 미국을 떠나 스위스로 망명했다.
헐리우드 대표적인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도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말려 공산주의로 내몰렸으며, 결국 미국을 떠나 스위스로 망명했다.

매카시가 지목하면 유력인사도 혐의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가 특정인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을 찍을 때마다 대중들은 열광했고,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은 공산주의요, 공산주의는 미국의 국익을 해친다”는 식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신문들은 매카시 한마디 한마디를 받아 적으며 연일 신문에 대서특필하기에 바빴다. 초선의원이었던 매카시는 단숨에 정계 최고 실세로 부상했고, 1952년에는 상대 후보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재선에 성공한 후에도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쉴 새 없이 공세를 펼쳤다.

매카시즘 광풍을 이용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세계 각국에 설치한 미국 문화원을 통해 잡지형태로 매카시즘을 전파했고, 미국연방수사국(FBI)는 할리우드 배우까지 광범위한 ‘공산주의자 색출’에 나섰다. 미국 사회에 비판적 성향을 보이면 소련 스파이로 몰아붙였고,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없도록 매장해버렸다. 매카시 여파는 또 예술계와 언론계에까지 미쳤다. 할리우드 영화계와 방송계의 작가․감독․연예인 중에는 수십명이 공산주의자로 몰리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일자리를 잃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낳았다.

찰리 채플린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을 떠나 스위스로 망명했고,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극작가 아서 밀러도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혔으며, 엘리아 카잔은 옛 동료들을 밀고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코미디언 밥 호프는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공산주의자 200만명의 명단을 공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매카시 의원이 모스크바 시내 전화번호부를 막 손에 넣은 모양이다"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평범한 시민들도 정치 캠페인에 서명했거나 마르크스 저서를 읽었다는 명목으로 공산주의자로 의심받았고, 지인이나 친척 중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이유로 불려 나온 사람도 있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증언을 거부하는 바람에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해고 또는 감옥에 수감됐다. 특히, 이 시기에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된다.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는 한국전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한국전쟁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전쟁이었고, 이를 목격한 미국에서는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공산주의자를 제거하자는, 이른바 ‘레드 퍼지(Red Purge)’가 시작됐다.

 

매카시의 정치생명을 끝장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매카시의 정치생명을 끝장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금단의 영역까지 침범한 매카시의 종말

마구잡이로 빨갱이 사냥을 하던 매카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고, 금단의 영역까지 넘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2차 대전 전쟁영웅이며 심지어 자신과 같은 당인 공화당 후보로 나와서 대통령이 된 아이젠하워, 그리고 여타 군 장성까지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했다. 지배층의 보수 강경분파가 전시 총동원체제를 전후체제로 순조롭게 재편성하고 헤게모니의 기반을 다지고자 의도적으로 일으켰던 이 공산주의자 사냥은 미국 국내외로부터, 심지어 당 안에서도 격렬한 비판에 부딪혀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고삐 풀린 매카시를 저지하기 위해 이 청문회를 TV방송으로 생중계하도록 했고, 이 청문회를 지켜본 수백만명의 시청자들은 매카시의 주장이 막무가내에다 엉터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미국의 CBS 방송의 에드워드 머로 기자가 'See It Now'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매카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밝혀 그가 거짓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미국의 CBS 방송의 에드워드 머로 기자가 'See It Now'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매카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밝혀 그가 거짓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미국의 CBS 방송의 에드워드 머로 기자가 'See It Now'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매카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밝혀 그가 거짓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후 매카시의 주장은 청문회에서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성을 잃는 듯한 행동까지 하면서 힘을 잃는다. 이성을 잃은 매카시의 주장은 대중에게 보급화되던 TV로 고스란히 방영됐고, 이를 본 시민들은 더 이상 매카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언론과 대중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자 매카시는 나락에 빠졌다.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되자 미 상원은 1954년 12월 매카시에 대한 견책안을 가결시켰고, 매카시는 분과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그러나 매카시는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그가 말한 공산주의자가 누구인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매카시는 자폐증상에 이어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3년 후 49세로 죽었고, 연방대법원은 공산주의자로 누명을 쓴 증인들을 모두 사면 복권했다.

 

공산주의 침공 연극을 하다가 산 사람 2명을 죽인 일까지 있었다
공산주의 침공 연극을 하다가 산 사람 2명을 죽인 일까지 있었다

대중문화에 녹아든 매카시즘

60여년이 지난 후 매카시즘은 영화나 음악 등을 통해 희화화되거나 야만적인 실상, 블랙코메디 등의 형태로 대중문화에 각인되고 있다. 영화 ‘트럼보’는 각본가인 달튼 트럼보가 당시의 실화를 중심으로 자신이 직접 겪는 고초를 통해 매카시즘의 야만성을 보여주고, 영화 ‘헤일 시저’에서는 일련의 작가들이 ‘공산주의로 몰린 작가들’로 묘사되면서 매카시즘과 미국 내 사회주의자들을 동시에 풍자하고 있다.

영화 ‘스파이 브릿지’에서는 빨갱이에게 재판 따위는 필요 없으며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당시 절정에 달했던 매카시즘을 통해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디아나 존스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30년대 나치와 싸우던 인디아니 존스가 50년대 매카시즘 광풍시절 소련의 KGB와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매카시즘 광풍을 희화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영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기억 통제와 감시체제로 이뤄진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과 노골적으로 매카시즘에 대한 조롱을 담고 있다. 밥 딜런의 곡 'Talkin' John Birch Paranoid Blues'는 미국 통치권을 겨냥해 지식인과 청년의 대변인으로 매카시즘을 풍자한 노래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법부까지 김일성의 전략이 침투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법부까지 김일성의 전략이 침투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도 매카시가 있다

2015년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1950년대 매카시 상원의원을 떠올릴 정도로 화제가 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공산주의자이고, 문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중민주주의자이자 변형된 공산주의자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전향한 공산주의자이다", "우리나라 국사학자 90% 이상은 좌편향이다", "친일인명사전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실 고 이사장과 매카시 의원은 둘 다 법률가로서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고, 공산주의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그의 주장이 사적인 경험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그는 205명의 공산주의자 명단이 있다고 외친 후 전 방위적으로 공산주의 색출해나간 매카시처럼 문재인 당시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한다”로 시작해 “공무원 중에도, 검찰에도 (김일성 장학생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며 그 대상과 수위를 확대해나갔다.

그의 발언 중에는 1964년 북한 김일성의 사법부 침투 지시를 근거로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어느 판사가 김일성 장학생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법부는 “김일성 장학생 발언이 어떤 취지인지 선뜻 납득 안 되는데 그런 식의 규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일축했다. 50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에겐 “지금 이 순간에도 있다”며, 상관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공격도 북한의 대남 전술의 핵심인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사 해체, 연방제 통일을 문 대표가 주장한다는 것이다.

1981년 당시 검사로 부림사건을 수사했는데, 2014년 대법원이 33년만에 무죄로 뒤집히면서 “문재인 대표는 부림사건 피의자들과 평생 동지가 됐다. 이념이 같지 않으면 그리하기 힘들다”, “사법부가 일부 좌경화됐다”며,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운동이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사법부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고, 그것이 대법원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안타깝게도 고 이사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나는 확신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라는 MBC의 대주주이자 이 방송국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그의 발언은 정말 무책임한 발언일 수밖에 없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이나 발언, 글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 대해 이른바 애국세력은 ‘우리 시대의 의인’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조원진 의원마저 냉담했고, 보수성량인 동아일보마저 사설에서 “우파 인사라도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 뉴라이트와 선진화운동세력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외인사 대부분이 뉴라이트 인사 (사진=국민일보)
이명박 정부 때 뉴라이트와 선진화운동세력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외인사 대부분이 뉴라이트 인사 (사진=국민일보)

뉴라이트부터 태극기 극우 보수의 등장

고 이사장과 결이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단체들도 있다. 잘 아시다시피 뉴라이트는 20세기 중후반 이후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일어난 다양한 형태의 보수․우익 성향 또는 반체제적 저항운동단체를 가리키며, 기존 보수와는 다른 이념을 표방하며, 주로 좌파 운동권 출신이 전향해 기존 진보와 보수와는 다른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하며, 신자유주의 및 신보수주의, 신우익으로 표현된다. 1980년대에는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루며, 케인스주의 등 수정잡본주의와는 대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이후 설립된 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대표적인데, ‘신흥 우파’를 표방하며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주사파에서 전향한 정치분파를 말한다. 이들은 신자유주의와 식민사관 정당화, 사회진화론을 주장하면서 기존 진보와 보수에서 독재자로 낙인찍은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면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 등을 통해 교과서 부문에도 진출하고, 2015년 국사교과서 논란에서도 국정화를 적극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전면에 들어서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뉴라이트의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유인촌 전 장관, 나경원 의원, 안병직 소장, 신지호 교수 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극단적인 보수주의를 표방하면서 2008년 총선부터 정계에 진출해 보수진영의 친이계와 친박계에 포진하게 됐다. 2014년 이후 공화당, 통일한국당, 국민새정당, 친박연대, 경제애국당, 새누리당, 대한애국당 등으로 분화하면서 태극기 부대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시위에 주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들의 발언을 보면 "뉴라이트전국연합과 한나라당의 길은 다르지 않다", 박정희의 친일인명사전 등재에 대해 "아버지 박정희가 만주군에 복무한 것이 왜 친일이냐"(박근혜), '우리가 일본보다 꼭 법적, 사료적 증거가 많다고 할 수 없다'며 '일본은 독도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법적, 사료적 근거가 있다'(아병직) 등이 있다.

또한, "5.16 쿠데타는 근대화 혁명의 출발", "백범 김구도 테러리스트다"(이영훈), 한국인은 '짐승같이 저열'하며, '도덕 수준이 낮아서'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유영익), 제주 4.3 사건은 폭동,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은 민중반란(이영조), 친일인명사전발간을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저해하는 행위'(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을 꼽을 수 있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태극기 부대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촛불집회와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이들은 친박 극우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19대 대선을 전후로 박근혜 탄핵 반대집회와 박근혜 석방집회를 개최하고 있고, 다수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등 단순히 집회세력을 뛰어넘어 정치집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공청회 5․18 망언 논란과 이번 총선에서 ‘세월호 텐트’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차명진 후보의 제명 반대 등 정치적 파워를 키워나가는 한편,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사전투표 조작설’ 등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지지율도 모두 합치면 3~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총선에서 통합하지 못해 비례대표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고, 미래통합당에서도 친박 현역의원들이 상당수 낙선하기도 했다.

태극기부대 집회모습

일본 보수진영에서는 1993년까지 보수본류가 당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55년만에 정권을 빼앗긴 후 비주류였던 보수방류가 보수본류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보수본류는 당내 비주류로 전략했고, 비주류였던 보수방류는 2000년대 이후 보수의 주류를 차지하며, 우경화 노선으로 대표되는 아베 정권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진영 또한 이회창 전 총재 이전의 보수와 이명박․박근혜 이후의 뉴라이트로 극우적인 성향으로 변질됐다고 볼 수 있다. 묘하게도 아베 정권은 각종 스캔들과 경제정책 실패, 올림픽 연가, 코로나19 대처로 큰 위기에 빠져 있고,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은 4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궤멸상태에 놓인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극우가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근거 없는 비판과 대안 없는 정당, 시대 변화를 쫒아가지 못하고 과거에 매달리면서 혁신을 기대할 수 없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다면 당연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흔히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한다. 한 쪽 날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제대로 비행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 사회에서 견제와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병들 수밖에 없다.

그 사회가 건강하다면 매카시 의원의 근거 없는 장난에 놀아나지도 않을 것이며, 고영주 이사장과 같은 괴물도, 한국과 일본의 보수도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처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수진영이 반성과 각성을 통해 ‘건강한 보수’, ‘대안 있는 보수’로 재탄생하면서 우리나라 보수층을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사진:나무위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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