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에서 보수야당의 궤멸원인 ‘공천․막말만이 아니다’
4․15총선에서 보수야당의 궤멸원인 ‘공천․막말만이 아니다’
  • 김준호 기자
  • 승인 2020.04.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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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결과 관련 입장 발표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총선결과 관련 입장 발표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외방송=김준호 기자)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84석, 비례대표 19석 등 가까스로 개헌저지선인 103석을 얻는 데 그쳐 보수당 역사상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역구 84석은 민주당 의석의 절반에 그치면서 사실상 영남의 자민련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미래통합당 참패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으로는 단연 공천 잡음과 막말을 꼽을 수 있다. 먼저, 황교안 대표 사천 논란부터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서울 강남병 공천 취소, 김진태, 이언주 등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의원들의 공천, 민경욱 의원과 민현주 전 의원 사이에서 공천탈락·경선이 수차례 번복된 인천 연수을의 공천, 이 과정에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로 이어지는 공천과정의 잡음과 공천 후유증이 한몫 했다.

여기에 관악을 김대호 후보의 ‘3040 비하발언’을 시작으로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의‘세월호 텐트’ 발언과 탈당권유 번복, 페이스북 논란은 선거 막판 표심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이어지게 된다. 이 막말 논란은 사전투표에 큰 영향을 주게 되고, 특히 진보층과 중도층 표심을 집결하는 계기를 만들고, 선거 막판 마지막 주말에 미래통합당 자체조사에서도 드러나게 된다. 결국, 미래통합당은 읍소와 견제전략으로 호소하지만, 중도층을 잡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이처럼 공천 잡음과 막말 논란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통합당의 궤멸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는 없다. 미래통합당은 선거 초반 코로나 정국 속 위기상황을 부각시키면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 실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촉발된 반여권 정서를 자극해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판을 주도해 나가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미래통합당은 차기 대권 잠룡을 모두 총선에 투입하고,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마저 다른 지역구에 공천함으로써 총력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KBS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보수야당 심판론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8.8%, 반대는 31.8%를 기록한 반면 정부 실정에 대한 심판론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6.4%, 반대가 54.3%였다.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여론보다 보수야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여론이 훨씬 많다는 여론조사가 나왔음에도 미래통합당은 선거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지역구 후보자 지지도 여론조사가 발표돼도 숨겨진 샤이보수층 10%가 있다는 걸 믿고 여론조사를 왜곡해서 보기 시작했다는 당 안팎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가장 컸던 것은 코로나 정국과 여기에서 미래통합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란상황을 선거에 이용하려 했던 비판이었다. 코로나19 펜데믹 선언으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합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의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미래통합당은 협력이 아닌 발목을 잡는 보여줌으로써 부정적인 비판과 여론에 직면하게 되고, 설령 여당이 잘못한다 하더라도 미래통합당이 대안세력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게 된다.

여기에 황교안 대표를 당의 간판으로 나서게 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책임과 반성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대선급 라이벌인 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종로에서 맞상대를 해야 하는 리스크를 맞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인 황 후보가 이 후보에게 밀리면서 서울 49개 지역구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수도권과 충청․강원권까지 번져나갔다. 이는 단순히 황교안 리스크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언급된 선거전략의 오판과 오만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드러낸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기 프레임에 갇혀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 대신 강경투쟁 일변도를 보여줌으로써 ‘보수가 뭉치면 이긴다’는 극단적인 사고가 여론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n번방 호기심’ 발언이나 세월호 유족 비하, 세대 비하 발언 등 사회가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현안에 대해 공감능력이 없고 중도층에 대한 확장능력을 무시하거나 외면함으로써 4번 연속 전국 단위 선거에 참패하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

이번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표가 사퇴하고, 최고위원 7명 중 6명이 낙선함으로써 지도부 공백사태가 빚어졌고, 오세훈, 나경원, 김병준 등 차기 잠룡들이 정치적인 치명상을 입게 되면서 차기 대선마저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우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김태호, 권성동, 윤상현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곧바로 복당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위원장은 선거가 끝난 16일 총선 결과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이번 참패와 관련된 뼈아픈 충고와 진단을 내린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 이후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이 거쳐오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별로 노력한 흔적을 보이지 않고 계속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라며 "아무 변화를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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