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최준혁 기자)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는 절차인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효력이 4일 0시부터 발생한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말한다.
피고인 일본제철(前 신일철주금)이 오는 11일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자산 압류 절차는 완료되고 한국 법원은 원고인 징용 노동자 배상을 위한 자산 매각절차에 들어간다.
앞서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고,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징용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피해가 발생하면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밝혀 일본이 추후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는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1+1’ 방안을 지난해 6월 제안했지만, 일본은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작년 11월부터 징용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간 국장급 협의 등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나 양측의 변함없는 입장만 확인했을 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후에는 코로나19로 국장급 화상회의만 열렸다. 한국 정부는 “징용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국 외교당국의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를 하지 않아 자산압류 명령이 확정되면 법원은 압류된 재산을 현금화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다만, 그 절차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자산 현금화에 대해 보복조치를 할 것임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지난 6월 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스게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달 1일 일본의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는 현금화에 대비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보복조치로는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 발급 엄격화, 금융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일본제철 자산의 압류가 확정되는 시점부터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보복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 법원의 매각 명령 또는 매각 완료까지는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는 한국 정부의 맞대응으로 일본 기업과 국민의 피해도 초래할 수 있어 어느 것이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한편, 3일 세계무역기구(WTO)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의록 요약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 정례회의에서 미국 측은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수출규제가 한 국가의 안보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3국인 한국이 WTO에 제소하거나 WTO가 이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이 사실상 일본 측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 한일간 WTO 분쟁에서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