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박명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전격 회동했다. 단 둘이 공식 회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1·2위 그룹사를 이끄는 3세 총수들의 비즈니스 회동이 성사된 것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 전기차 부문 협력방안을 포함해 어떤 내용도 발표되지 않았지만 두 그룹이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에는 경북 구미사업장(스마트폰)을 찾았고, 수원 삼성종합기술원(R&D)과 충남 아산사업장(디스플레이)을 방문해 그룹의 미래 전략을 점검하는 등 현장경영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2018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AI(인공지능), 5G(5세대 통신), 바이오 등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 전장 사업에는 차량용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가 포함된다. 삼성 배터리 사업은 2015년 매출 3조 3천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7조 7천억원으로 2배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한번 충전으로 8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핵심 기술을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단 몇 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고, 배터리 형태를 바꾸기도 쉬워 다양한 모빌리티 기기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고,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 증설도 추진하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를 '포스트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면서 23종은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예정이다.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돼 있지만, 추가 발주나 후속 차량에는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점유율 1위로 올라선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4위), SK이노베이션(7위) 등 배터리 3사 모두 '글로벌 10위권'에 있다. 이번 만남으로 삼성그룹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고,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망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두 그룹 모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