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최저임금 8720원, 코로나19 특수 상황 고려돼
2021년 최저임금 8720원, 코로나19 특수 상황 고려돼
  • 이기철 기자
  • 승인 2020.07.1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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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720원, 월 기준 182만 2480원으로 의결됐다. (사진=SBS)
▲ 2021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720원, 월 기준 182만 2480원으로 의결됐다. (사진=SBS)

(내외방송=이기철 기자)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720원(월 기준 182만 2480원)으로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결정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해는 노동시장의 경제적 변수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노동시장과 고용상황에 미치는 충격이 큰 만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수준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경영계 손을 들어줘 노동자의 소득 증가보다는 ‘고용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현장 방문 과정에서 일종의 시간 쪼개기 계약이나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미만 일자리를 다수 활용하는 곳을 많이 봤다”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줄이고 가족끼리 경영을 하는 등의 사례를 현장에서 다수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사례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최저임금위원이 직접 현장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 국면에서 기업의 대응 방식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당한 위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1.5%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해서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0.1%,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를 합산해 1.5% 인상 수준으로 정했다”고 부연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1.5% 오른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최소한 동결’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최저 인상률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한 만큼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고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아쉽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을 포함해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어려워진 만큼 사회 안전망인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활성화하면 경제 회복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노동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 따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최저임금 인상 억제가 아닌 대·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완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5%에 그치자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실현 가능성에서 한층 멀어지게 됐다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출범과 함께 내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2018년 고용 지표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여론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국가적 위기가 맞닿아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완전히 ‘좌초’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번 인상은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많이 올릴 수는 없지만, 경영계가 요구했던 동결 또는 삭감은 안 된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또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도 미약하지만 남아있다. 물론, 2022년 실현을 위해서는 내년 심의에서 인상률이 14.7%가 돼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엄청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8일 블룸버그가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제연구소 24곳의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 대비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4월 집계와 비교해 -0.2% 낮춘 수치로,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지표만 보면 암울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충격이 가장 작을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IMF는 24일 발표한 ‘6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4월(-1.2%) 전망 때보다 0.9%P 내렸다. 이 전망대로라면 1998년(-5.1%)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그러나 IMF가 집계한 올해 선진국 평균 성장률은 -8.0%다.

이런 발표들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은 비교적 잘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률 수치를 놓고 비판을 쏟기 전 이런 전반적인 사안을 고려해 노사가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1.5%에 그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조처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고용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고시를 앞두고 노사는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법에 따라 이의제기가 가능한 노사단체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 및 전국 단위의 산별노조 대표자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표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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